[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고 싶은가. 원한다면 가능하다.
지난 2018년 12월. 미국에서 ‘팰컨9’이라는 로켓이 우주로 발사됐다. 우리나라 차세대소형위성 1호가 실려 발사돼 관심을 모았던 이 로켓에는 100여 명의 시신을 화장한 재가 함께 실렸다. 살아 생전 못 이룬 고인들의 우주 여행 꿈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위성 제조 업체 엘리시움 스페이스가 100여 명의 화장 재 일부를 4인치(약 10cm) 정사각형 모양의 소형 인공위성 안에 넣어 우주로 보낸 것이다. 각각 가로세로 1㎝의 초소형 캡슐엔 고인들의 이니셜도 새겨졌다. ‘은하철도 999’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우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생존자임에도 자신의 손톱을 보내는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유족들은 엘리시움 스페이스에 각각 2500달러(약 300만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쓰레기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위성은 약 4년 간 지구 궤도를 돌다가 대기권에 진입해 별똥별처럼 타서 없어진다. 유족들은 4년 간 고인들의 흔적이 실린 위성의 위치를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실시간 파악할 수도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미국 스페이스X가 민간 기업 최초로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우주장(葬)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우주장을 서비스하는 벤처기업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관련 상품들도 다양해 지고 있다. 대기권까지만 화장재를 올려 산골하는 방식부터 지구 궤도를 일정 기간 도는 방식이 이미 서비스 중이고, 더 나아가 달 표면 혹은 그 이상의 심우주(Deep Space)까지 보내는 상품까지 나오고 있다. 사람 뿐만이 아니다. 애완동물인 개와 고양이까지 우주장으로 치르는 수요까지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들 동물들이 죽어서 우주로 가기를 원할 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우주 개발의 단계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우주는 인류의 장례문화까지 바꾸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