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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교수가 과기정통부 장관 되면

김현아 기자I 2019.08.11 17:21:40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최기영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기대가 큽니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반도체 전문가인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강조했던 미래 먹을거리인 인공지능(AI) 전문가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중장기 R&D 기획에 전문성 기대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최양희 서울대 AI센터장은 “최기영 교수는 AI 반도체 분야 국내 최고의 리더”라고 평했습니다. 최기영 후보자는 삼성전자가 2017년 말 전액 예산을 지원해 사람의 뇌를 닮은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인 뉴로모픽 칩 개발을 위해 진행한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의 초대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일본과 경제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검증된 최 후보자의 전문성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극일(克日)’과 ‘기술 독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최 후보자 역시 소감문을 통해 “엄중한 시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R&D 혁신으로 지금의 어려움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교수 출신으로서는 두 번째

그런데 과기정통부나 전신인 미래부·정통부 시절을 통틀어 교수 출신이 장관이 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가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경우지만요).

이명박 정부 초기 정통부가 방통위·지식경제부 등으로 흩어졌을 때를 고려해도 교수를 하다가 장관으로 온 경우는 박근혜 정부 시절 두 번째 장관을 지낸 최양희 당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유일합니다. 대부분은 관료 출신이거나 산하 연구기관, 기업, 정치인 출신이었죠.

최문기 미래부 초대 장관처럼 장관을 하다가 교수를 한 사람은 있지만, 학생을 가르치다가 장관이 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상철,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도 광운대 교수로 활동했지만 그 보다는 KT와 삼성전자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기업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안팎에선 최기영 후보자에게 최양희 장관과 비슷한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기획력으로 어려워진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무원 사회에 적응하고 나면, 자신의 생각을 속도감 있게 정책에 반영할만한 인물이라는 거죠.

◇공무원 결집 헤쳐갈까.. 4차 산업혁명 리드해야

하지만 교수 출신이어서 행정 능력이나 정무 감각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업무는 가치 중립적인 일이 많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처럼 호불호가 갈리지는 않지만, 다른 부처를 설득해 4차 산업혁명을 리드 하려면 힘에 부치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공무원 사회의 결집 분위기를 지혜롭게 잘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죠. AI만 해도, 데이터 규제 3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미래 대응 부처로서 자리매김하려면 ICT 융합 과정에서 반발하는 기존 규제를 빠르게 혁파하는데 국토부나 복지부 등을 설득할 일도 적지 않습니다. 옆 동네인 중기벤처부 장관이 실세 정치인인 박영선 씨라는 점도 일각에선 우려합니다.

박영선 장관이 실세여서 잘하는 측면도 있지만, 얼마 전 최태원 SK 회장과의 논쟁에서 보듯 적어도 기업인들 다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이 부진했던 게 반도체 핵심 소재에서 일본에 종속된 핵심 이유라고 보진 않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재의 품질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죠.

◇갈등 이슈에 미래지향적이고 실용적이길

최기영 후보자는 “과학기술과 ICT를 통해 국민 모두의 삶이 윤택해지고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참 좋은 말이지만, 어떤 정책을 쓸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연구개발(R&D) 혁신을 빼고 보면 이 말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임 유영민 장관이 추진해온 5G로 경제 활력을 만드는 ‘5G+’ 전략이나 국내 기업들의 시장 공략이 시작된 ‘클라우드 산업 육성책’, 진행 중인 ‘유료방송 M&A’ 등 각론으로 가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국회 관계자는 “워낙 베일에 있는 사람이어서 청문회 때 챙겨봐야 할 일이 많다”고 했습니다.

최기영 장관 후보자가 갈등이 불가피한 이슈에 대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실용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교수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어 타 부처를 포함한 공무원들은 물론, 기업인들과도 협업하고 소통하는 인물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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