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날 의원직 상실·사퇴 등으로 공석이 된 지역구 의원도 다시 뽑습니다. 최소 7곳에서 최대 13곳까지 선거 가능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7곳은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상태입니다. 선거무효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하거나(송파을·광주 서구갑 등) 자진 사퇴(노원병)로 공석인 지역구입니다. 2곳은 현재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상황이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선거 여부가 유동적입니다.
◇14일전까지 사직안 처리못하면..재보궐 무산 위기
문제는 나머지 4곳입니다. 바로 현역의원 4명이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만든 공석입니다. △경북 김천(이철우) △충남 천안병(양승조) △경남 김해을(김경수) △인천 남동갑(박남춘) 등으로 4명 모두 국회 사무처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선거 30일 전(5월14일)까지 의원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규정(공직선거법 53조) 때문입니다.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기 위해선 사직서 제출을 포함한 몇가지 절차가 더 필요한데요, 선거 30일전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사직안을 처리하고 국회가 이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궐원 통보’를 해야합니다. 이는 본회의 문턱만 통과하면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야가 ‘드루킹 특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등을 두고 파행을 넘어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본회의 개회가 불투명하졌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선 여야가 14일 전까지 본회의 일정을 합의할 가능성은 어두워 보입니다. 황금 연휴가 끝나면 고작 닷새가 남습니다. 여야 지도부는 전날(4일) 원내대표 회동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대치한 바 있습니다. ‘빈손 국회’ 비판을 의식하기라도 한 듯 여야 지도부는 “연휴에라도 만나자”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변수는 또 있습니다. 11일에 예정된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입니다. 야당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협상해 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대신 새롭게 선출된 원내대표와 다시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 원내대표와 야당이 극적인 합의를 이룰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겠죠. 일각에선 긴급 현안을 대상으로 여는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사직안을 처리하자는 고육지책도 나옵니다.
결국 이런 시도들이 무산돼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4개 지역의 재보궐 선거는 6월 13일에 열리지 못하게 됩니다. 이들 4곳의 재보궐 선거를 출마하려던 예비후보들도 패닉에 빠졌습니다.
선관위도 당혹스런 눈치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14일전까지 국회로부터 정식으로 궐원 통보가 되지 않으면 재보궐 선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는다”며 “당분간 국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야 정쟁에 ‘대의 민주주의’ 훼손되나
단순 사직서인만큼 국회의장이 처리할 수는 없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는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폐회 중)만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는 엄연한 ‘회기 중’인 상태입니다. 한국당 요청으로 소집된 5월 임시국회가 지난 2일부터 회기를 시작했습니다.
물론 현역의원은 문제없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습니다. 사직서만 제출한다면 국회에서 선관위에 공식 통보가 없더라도 지방선거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궐원 통보가 없는 경우에는 후보자 등록된 때에 그 통보를 받은 것으로 본다’(공직선거법 200조)는 규정 덕분입니다. 즉 후보로 확정되는 오는 24~25일에는 자동으로 의원직 ‘퇴직’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궐원이란 사퇴·자격 상실 등으로 인해 모두 포함한 개념입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퇴직’처리는 됐으나 선관위에 공식적인 궐위 통보가 되지 않아 재보궐 선거지역이 지정되지 않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당장 6월 13일에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지 않으면 이 4곳의 재보궐선거는 1년 뒤에나 치러지게 됩니다. 선관위 규정에 따라 내년 4월 첫 째주 수요일에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되는 것이죠. 지역 민심을 대표할 국회의원없이 10개월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쟁으로 대의 민주주의가 훼손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보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여야는 모두 ‘국민의 뜻’을 내세워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의 국민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이상한 나라의 5월 국회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