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모토야] 스테이션 왜건은 국내 시장에서 유독 인기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생김새, 세단형 모델에 비해 비싼 가격 등을 이유로 본연의 가치에 비해 홀대 받고 있다. 하지만 왜건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못한 차종은 아니다. 세단의 주행 감각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세단에 비해 월등한 적재공간과 활용성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건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소비자에게 있어, 한국의 자동차 시장은 그 선택의 폭이 몹시 좁다. 국산 브랜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제대로 된 왜건은 현대자동차의 i40뿐이다. 왜건의 선호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입차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선택의 폭은 좀 더 넓어진다. 현재 국내의 수입차 시장에는 적게나마 왜건 모델이 시판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멋진 스타일과 탄탄한 달리기 성능, 그리고 연비까지 챙긴 두 대의 스포츠 왜건을 선택하여 비교해보고자 한다. 비교할 모델은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과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이다.
두 차는 같은 장르에 속해 있는 모델들인 만큼, 몇 가지의 공통점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점은 두 차를 대결 선상에 올려 놓을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첫째는 둘 다 왜건이고, 세단에 비해 넉넉한 공간 구성을 갖는다. 두 차는 기반이 되는 세단 모델에 비해 더 넓은 기본 트렁크 용량을 가진다.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은 세단 모델 대비 65리터가 더 큰 495리터의 기본 용량을 가지고 있다.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 역시 세단 모델인 S60에 비해 50리터 더 큰 430리터의 기본 용량을 제공한다. 또한 왜건형이기 때문에 세단모델보다 뒷좌석 머리공간이 좀 더 확보된다.
둘째는 유럽에서 만들어진 정통 스포츠 세단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세단을 바탕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그 스포츠 세단이 지닌 운동성능과 주행감각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게 된다. 또한 둘 다 특별 사양인 각자의 스포츠 패키지로 무장하고 있다. BMW는 M의 손길을 거친 섀시와 M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도전적인 외장 패키지로 무장했다. 볼보는 과거에 고성능 버전인 `R`모델들을 만들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R-디자인`을 꺼내 들었다. R-디자인은 한층 용맹한 인상의 외장 패키지는 물론, 전용 스포츠 섀시와 전용 인테리어 패키지로 구성되어 있다.
셋째는 두 차는 모두 2.0리터 급의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린다는 점이다. 수입차 시장의 대세가 된 지 오래인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은 이제 유럽산 수입차의 필수 요소가 된 지 오래.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는 BMW는 진작부터 8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있었다. 볼보는 최근 4기통 엔진으로 대대적인 개장에 들어가면서 아이신 제의 8단 자동변속기를 도입한 바 있다.
외관
공통점에서 미리 언급했듯이, 두 차는 각자의 스포츠 패키지로 치장되어, 일반 모델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이미지를 표출한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서는 바이에른과 스칸디나비아의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다.
특히 얼굴에서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BMW는 현행 3시리즈의 독특한 디자인을 토대로 공격성을 끌어냈다. 거대한 공기 흡힙구와 과감한 볼륨감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면, 볼보는 훨씬 점잖은 모습을 보인다. BMW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직선적이고 정돈된 인상을 풍긴다. 그러면서도 공격성을 숨기지는 않는 것이 포인트다.
측면과 후면 디자인에서도 두 차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볼보의 경우,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스타일과 결별했다. 짐을 하나라도 더 우겨 넣기 위한 배려였던 직각에 가까운 D필러를 버린 것이다. V60의 D필러는 날렵하게 뉘여서 스포티한 스타일을 제시한다. 이로 인해 스포티한 이미지가 더욱 부각된다. 하지만 BMW는 전통적인 왜건 스타일에 충실하다.
실내 및 사양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과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은 서로의 외모가 다른 만큼, 인테리어 역시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보인다. BMW는 `정교하고 화려한 독일식 인테리어`, 볼보는 `간결하고 기능적인 스칸디나비안 스타일`로 요약할 수 있다. BMW의 경우, M 스포츠 패키지가 더해지면, 다른 3시리즈나 쿠페형인 4시리즈처럼 레드 컬러의 화려한 시트를 고를 수 있다. 또한 앞좌석은 다리 받침은 물론, 등받이의 양 날개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 외에도 M 스포츠의 전용 스티어링 휠, i-Drive, HUD,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DEC) 등의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볼보는 R-디자인 전용의 인테리어 테마를 통해 한층 화려해진 실내를 보여주지만 BMW만큼 화려하지는 않다. 앞좌석은 BMW처럼 갖가지 조절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본적인 8방향 전동 조절 기능을 지원할 뿐이다. 하지만 BMW와 다른 점이 있다면 착석감이다. 볼보의 좌석은 BMW의 좌석에 비해 허리를 한층 부드럽게 감싸준다. 또한 수동 다이얼 방식이기는 하지만 요추 받침도 내장되어 있다. 볼보는 BMW의 DEC같은 화려한 기능을 장비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BMW가 주지 않는 것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볼보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큐 어시스트, 시티 세이프티, BLIS 등의 알찬 안전사양이 준비되어 있다.
거주성 및 적재공간
BMW의 널찍한 앞좌석 공간은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높은 지붕 덕에 머리 공간도 넉넉한 편이고 어깨 공간도 넓어서 어떤 자세에도 여유가 있다. 그러나 볼보의 경우, 앞좌석 공간이 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넓지도 않다. 머리 공간과 어깨 공간 모두 BMW보다 한 치수 좁은 느낌이다. BMW를 타다가 볼보에 오르면 언뜻 몸을 조여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나 뒷좌석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BMW 3시리즈는 여러 차례 세대교체를 해 오면서 다리 공간을 늘리기 위해 기를 써왔다. 확실히 머리 공간과 어깨 공간은 넉넉한 편이다. 그러나 다리 공간은 비교적 좁다는 느낌이 든다. 볼보는 BMW에 비해 어깨 공간이 다소 좁게 느껴지지만 체감되는 뒷좌석 다리 공간은 BMW에 비해 더 여유가 있다. 좌석의 착석감도 서로 다르다. BMW는 적당히 탄탄한 사무용 의자와 같은 느낌을 주고, 볼보는 부드러운 소파 같은 느낌을 준다.
볼보 V60은 적재 공간에서 `왜건의 명가`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오히려 BMW의 적재공간이 수치 상으로나, 체감 상으로나 훨씬 넓다. 볼보 V60은 기본 적재 용량이 430리터에, 뒷좌석을 모두 접었을 경우 1,246리터의 공간이 나온다. 하지만 BMW 3시리즈 투어링은 기본 용량만 495리터에,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500리터까지 늘어난다. V60에 비해서 돌출부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여기에 별도로 좁은 공간에서도 간편하게 열리는 리어 트렁크 윈도우까지 갖춰, 활용도도 더 좋다.
성능 및 주행감각
두 차는 똑같이 2.0리터의 4기통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의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원 상의 수치는 조금씩 다르다. BMW는 184마력의 최고출력과 38.8kg.m의 최대토크를, 볼보는 181마력의 최고출력과 40.8kg.m의 최대토크를 가지고 있다. 출력에서는 BMW가 3마력 앞서고, 토크에서는 볼보가 2.0kg.m 앞선다.
하지만 볼보에게는 커다란 핸디캡이 하나 있다. 바로 1,745kg에 이르는 공차중량이다. BMW는 그보다 210kg이나 적은 1,535kg의 가벼운 몸무게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두 차의 성능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BMW는 0-100km/h 가속에 7.1초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반면, 볼보는 그보다 0.5초를 더 소비한다. 반응 속도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BMW는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마다 재빠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볼보는 그 보다 한 템포 여유를 두고 반응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볼보의 반응을 굼뜨다고 할 수도, BMW의 반응을 신경질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고속 영역에 돌입하면서부터다. BMW는 140km/h를 전후한 시점부터 슬슬 힘이 빠져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볼보는 180km/h까지도 아직 여유가 조금 더 남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BMW가 초중반 가속에 대부분의 힘을 쏟아 붓는 타입이라 한다면, 볼보는 좀 더 넓은 영역에서 꾸준히 힘을 내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고속 주행의 안정감은 두 차 모두 막상막하의 능력을 자랑한다.
핸들링을 통한 주행 감각에서도 두 차는 차이가 드러난다. BMW는 전통의 후륜구동계와 M 스포츠 패키지의 잘 단련된 하체, 그리고 직결감이 좋은 스티어링 휠 덕에 날카롭고 공격적인 코너링이 가능하다. 단단한 M 스포츠 섀시는 차체의 균형을 시종일관 유지하며 짜릿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균형감이 우수한 차체와 M 스포츠 섀시, 즉각적인 파워트레인의 반응이 어우러진 320d M 스포츠 투어링은 기민하고 호전적인 주행감성을 완성한다.
반면 볼보는 BMW처럼 공격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의 직결감은 우수한 수준이지만, BMW만큼 반응이 빠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차체의 균형감이 우수하고 R-디자인 전용 스포츠 섀시 덕에 볼보는 수준급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이러한 골격을 토대로, 볼보는 레일 위를 달리듯 깔끔한 코너링을 구사한다. 동시에 진중하고 우직한 느낌의 주행감성을 일궈낸다.
일상에서, 그리고 연비
체급이 같은 두 차는 일상에서 그 차이가 크게 드러난다. V60 D4 DRIVE-E R-디자인은 일상에서 운행하기 편하다. 부드러운 질감의 R-디자인 스포츠 시트와 부드러운 감각의 하체 덕분이다. 특히 시내에서 운행할 때, 가족용 세단처럼 편안히 운행할 수 있다. 정숙한 반응의 파워트레인과 충실한 방음 대책은 쾌적한 운전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운행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뿐만 아니라, 아낌없이 쏟아 넣은 각종 전자장비들 또한 편리한 도심지 운행을 돕는다.
반면 320d M 스포츠 투어링은 일상에서는 볼보에 비하면 다소간의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BMW 는 볼보에 비해 모든 면에서 단단한 느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은 성능이나 주행 품질 면에서 큰 이점을 안겨주지만, 일상에서는 다소 거친 승차감으로 돌아온다. 또한 볼보에 비해 소음 억제 대책이 부족하여, 정숙성 면에서도 볼보에 비해 부족한 느낌이다.
그 대신, 연비는 BMW가 앞선다. 공인 연비를 기준으로 하면 BMW의 승리다. 실제 운행하며 기록한 연비에서도 BMW가 근소하게 앞선다.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은 도심 14km/l대, 고속도로 22km/l대의 연비를 기록했고,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은 도심 12km/l대, 고속도로 22km/l대를 기록했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연비는 두 차가 비슷한 수준을 보이지만, 도심에서는 BMW가 좀 더 좋은 기록을 보였다.
마치며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은 5,880만원(VAT 포함),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은 5,510만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BMW가 볼보에 비해 370만원 높은 가격이 매겨져 있다.
BMW 320d M 스포츠 투어링과 볼보 V60 D4 DRIVE-E R-디자인. 두 스포츠 왜건은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대로 스포츠 왜건의 가치를 구현했다. 스포츠 왜건을 만드는 두 제조사의 방식이 다르듯이, 그 결과물들도 서로 전혀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표방하는 BMW의 스포츠 왜건은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면서 실용적인 면모를 챙겼다. `안전을 넘어, 성능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삼고 있는 볼보는 기존의 안전하고 듬직한 볼보 왜건을 스포티한 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두 모델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매력적인 스포츠 왜건들이다.
글. 사진 박병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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