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단원고 눈물의 등굣길.."부디 살아 돌아오길"

김재은 기자I 2014.04.24 09:32:04

17일 휴교 후 일주일 만에 3학년생 등교
오전수업 후 심리 치료..1학년 28일부터 등교 예정

[안산=이데일리 강신우 채상우 기자] 무겁고 어두웠다. 후배들의 안타까운 비보에 단원고 3학년생들의 표정엔 미안함이 그득했다.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착잡한 심정입니다. 지금 뭐라고 드릴 말이 없습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지난 17일부터 휴교 조치가 내려졌던 단원고등학교. 24일 오전 일주일만에 교정을 찾은 단원고 3학년생들은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러운지 발걸음을 재촉해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단원고 정문 입구 왼쪽 모퉁이엔 꽃다발이 수북이 쌓였고, 한 벽면엔 조의 메시지가 빼곡했다. 한 여학생은 정문 앞에 잠시 멈춰 서 “실종된 후배들이 꼭 살아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적어 붙였다.

7시 40분부터 2~ 3명의 학생들이 무리지어 등교하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웃음도 대화도 없었다. 학교 출입은 엄격히 통제 됐다. 단원고 교사 2명이 정문 앞에서 그들의 등교를 돕고 있었다. 그들은 학생 외 누군가 교문에 들어서려 하면 저지하며 신분을 파악한 뒤 들여보냈다.

7시50분. 60여명에 달하는 취재진이 교문 앞에서 진을 쳤다. 학생들의 등교를 돕던 학교 경비원은 “여기서 학생들 등교길을 다 막으면 어떻게 합니까. 학생들 생각도 좀 해주세요”라며 호소했다.

그때까지 약 70여명의 학생들이 교문을 들어갔다. 서로 손을 잡은 채 들어가는 여학생들, 어깨를 감싸고 발걸음을 옮기는 남학생들 그들 모두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인터뷰 요청을 무시한 채 길을 걷던 여학생은 갑자기 뒤를 돌더니 “아저씨 여기서 인터뷰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쳤다.

단원고 3학년 이준수(19) 군은 “오랜시간 학교에 가지 못하는 동안 슬픈 감정뿐이었다. 아직도 슬프고 다른 친구들도 매일같이 운다. 친구들 생각에 걱정이 돼서…”라며 “살아돌아온다면 살아줘서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3학년 김준호(19)군은 “실종되신 고창석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라며 “엄하고 무서우신 분이셨는데 좋은 곳에서 웃으면서 보고 싶다”고 했다.

지난 17일 이후 일주일만에 등교한 단원고 3학년생들은 이날 4교시까지만 수업을 받는다. 8시20분 시작하는 1교시부터 3교시까지 성남교육지원청 위센터에서 학생대상으로 심리 상담과 치료를 진행한다. 4교시에는 학생주도로 학급회의 진행한 뒤 정오에 수업을 마칠 예정이다. 단원고 1학년생과 2학년 13명은 28일부터 등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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