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구입가 3~10배 횡재
업체는 재고 덜고 홍보 효과 '짭짤'
불황에 한탕 심리 마케팅 비판도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지난 15일 오전 8시. 서울 강남 한복판에 긴 줄이 늘어섰다. 뉴발란스가 강남매장 오픈을 기념해 럭키백 행사를 개최하자 전날 밤부터 번호표를 받으려는 500명의 인파가 모여든 것. 이 백 안에는 운동화·재킷·티셔츠 등 8만~23만원대의 뉴발란스 제품이 무작위로 담겨 있어 운이 좋을 경우 구입가 3만원보다 최대 8배 비싼 제품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 지난 15일 뉴발란스 럭키백을 구입하기 위해 몰려든 인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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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과 같은 ‘럭키백 이벤트’가 기업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의 복주머니(후쿠부쿠로·福袋) 행사에서 유래한 럭키백은 소비자가 값싼 가격에 물건을 가져갈 수 있고, 기업은 홍보 효과는 물론 재고까지 처리할 수 있어 호응이 크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가 2007년 처음 실시한 이후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화장품과 패션업계 등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스타벅스가 지난달 8일 진행한 행사에서도 럭키백 5000세트가 반나절만에 팔려나갔다. 텀블러, 머그잔, 무료음료쿠폰 등이 무작위로 섞여 있는 4만5000원짜리 럭키백은 물건을 따로 구입할 때보다 32~64% 저렴해 인기를 모았다.
애플 전문 소매점인 프리스비도 지난달 31일 ‘럭키백 이벤트’를 실시했다. 맥북에어를 비롯해 아이패드 미니, 아이팟 터치 등이 담긴 럭키백 500개를 3만 원에 한정 판매해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럭키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직장인 방미연(31)씨는 “운이 좋지 않더라도 구입가 보다 비싼 제품을 얻을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물건을 한꺼번에 살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 제이에스티나 럭키박스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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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 심리를 노린 ‘복불복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생 유제현(27)씨는 “싸게 판다고는 하지만 재고 처리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며 “한탕으로 횡재를 노리는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자본주의의 단면을 그대로 닮아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부터 2일간 5만원, 8만원 균일가로 럭키박스를 판매한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의 경우, 각 백화점 매장 당 준비한 100개 물량이 행사 당일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끈 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이 회사의 럭키백 제품을 재판매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수십 개 올라왔다.
제이에스티나 럭키백을 구입한 차지연(22)씨는 “5만원 럭키박스를 구입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정가 8만원의 귀걸이가 나와 실망스러웠다”며 “차라리 제값을 주고 원하는 제품을 사는 편이 만족도 측면에서 더욱 나을 듯 싶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도 ‘모 아니면 도’ 식의 소비 조장 경향이 있어 자칫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또를 하는 것과 럭키백을 사는 것은 사실 방식이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이 같은 럭키백 열풍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 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제이에스티나 럭키박스를 되 판다는 게시판 글 화면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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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뉴발란스 강남 매장에서 진행된 럭키백 이벤트 현장모습. 이날 뉴발란스는 운동화, 재킷, 티셔츠 등 8만~23만9000원대의 상품이 무작위로 담긴 럭키백을 3만원에 판매해 큰 호응을 얻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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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진행된 뉴발란스 럭키백 행사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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