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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송해 광고에 30년 기업은행의 한을 담았습니다"

성선화 기자I 2012.11.07 10:32:23

조준희 IBK기업은행장 인터뷰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송해 광고’는 기업은행의 30년 한이 맺힌 광고입니다. 사실 저는 광고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했습니다. 이런 ‘한 맺힌’ 광고가 통하지 않으면 정의가 살아 있지 않은 겁니다. 제게 송해 광고는 ‘정의’와 ‘불의’의 문제입니다.”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은 ‘한(恨)’이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이슈가 된 기업은행의 ‘송해 광고’는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고비용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조준희 행장을 만났다. 그는 이 가벼운 질문에 30분 이상 열변을 토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은 송해 광고에 30년 한을 담았다. 하루도 108배를 거르지 않는다는 그는 모든 것을 중소기업과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솔직히 예산만 있다면 매일 전면 광고를 하고 싶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광고 날짜가 어찌나 늦게 돌아오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달 취임 2주년을 맞는 조 행장은 “예전엔 관심도 없던 기업은행 광고비까지 관심을 써주니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고비용 논란을 일축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집행된 TV 광고비는 170억원. 지난해에도 120억원 어치 애니메이션 광고를 했지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모든 국민이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란 핵심 메시지를 담은 송해 광고는 올 1월부터 전파를 탔다. 카피, 모델 등 모든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새벽잠을 설치며 고민을 거듭한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정직한 카피다.

개인 고객은 기업은행이 지난 30년간 기업은행이 넘어야 할 숙제였다. 그는 심지어 광고 모델인 송해 씨도 바로 집 앞의 기업은행을 두고, 버스를 타고 먼 거리에 있는 은행까지 갔었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그만큼 개인 고객에겐 인지도가 낮다는 얘기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이 또 한 번 도약을 위해선 ‘개인의 벽’을 넘어야 한다”며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언젠가는 2등, 3등으로 뒤처지고 결국 M&A 당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한때 잘 나갔던 조흥, 제일, 한미 그리고 외한은행마저 인수 합병되는 힘겨운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은행은 지난 50년 동안 M&A 없이 꿋꿋이 버텨왔다.

기업은행의 이런 개인 브랜드 강화전략은 ‘은행의 탐욕’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중소기업 은행이 왜 개인 고객 예금을 유치하느냐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의 자기 잇속 챙기기가 아닙니다.”

기업은행 본래의 설립 취지를 위해서다. 기업은행은 법적으로 전체 대출의 70%를 중소기업에 해주도록 정해져 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을 발행한다. “중금채를 발행해 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비싼 금리는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고객 예금을 유치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더 싼 금리로 중소기업에 대출할 수 있습니다.”

한자릿수 대출 금리는 그의 임기 내 최우선 목표 중 하나다. “지난 2년 동안 17%였던 최고 연체 금리를 10.5%로 6.5%포인트나 낮췄습니다. 이 때문에 줄어든 마진이 무려 4000억원입니다. 올해 3분기 당기순익 2468억원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내년 초에 다시 또 한차례 금리를 내릴 겁니다.”

이날 발표된 기업은행의 3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다. 누적 당기순익은 1조 2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8%나 줄었다. “솔직히 실적은 안 좋습니다. 하지만, 세상 일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지금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 놀랄만한 이익이 나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닙니까?”

인생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듯이 은행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죽어가는 사람을 응급 처치해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다’는 것은 故 강권석 행장이 늘 강조했던 철학이다. 강 전 행장은 그에게 ‘마음의 나침반’과 같다. 매년 11월 29일, 기일이면 분당 묘소에서 추모식을 한다. 올해는 중국은행과의 MOU(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하루 먼저 다녀올 계획이다.

남은 임기 1년을 앞둔 지금, 그는 취임 때의 목표를 상반기에 대부분 이뤘다고 했다. 고졸 채용 등 파격 인사와 대출 금리 인하 등, 강 전 행장과 그가 함께 만들고자 했던 기업은행을 그가 완성하고 있다.

“더는 욕심이 없습니다. 30년 전에 행원으로 시작해 은행장까지 올랐는데 무슨 욕심이 더 있겠습니까. 그래도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중소기업에 한 푼이라도 더 싼 이자로 대출해서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돕는 겁니다. 기업은행원들에게 대한민국 최초의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주고 떠난다면 그것이 만족이고, 훌훌 털고 떠날 수 있습니다.” 하루도 108배를 거르지 않는 조 행장의 마지막 소원이다.



<약력>

1954년 경북 상주 출생

1973년 상주고 졸업

1980년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1980년 기업은행 입행

2001년 도쿄지점장

2004년 종합기획부장

2005년 경인지역본부장

2006년 종합금융본부장

2007년 경영지원본부장

2008년 개인고객본부장

2008년 전무이사

2010년 12월 ~기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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