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사 설립 붐은 항공여행 특수, 공항 건설 등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지방자치단체와 막연한 기대감에 돈을 댔던 투자자들 때문에 일어났다가 처참히 무너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곳은 대형항공사 계열의 저가항공사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뿐. 그러나 이들 역시 `2차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일본, 싱가포르 등의 저가항공사 설립 추진 의지 때문이다.
◇ 일본·싱가포르도 저가 비행기 띄운다
아시아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저가항공사는 호주 국적의 콴타스항공 자회사 젯스타와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 정도다.
그런데 이들의 영역은 아시아 남부에 한정돼 있다. 동북아는 아직 저가항공사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 등 프리미엄 항공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뒤 수익을 내는 저가항공사들이 생겼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고유가, 일본 대지진 역풍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매출 1090억원, 경상이익 29억원을 냈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자 일본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NHK는 한국 저가항공사들의 성공 전략에 대해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실제 항공사들도 서두르는 모습이다. 법정관리 중인 일본항공(JAL)은 젯스타와 손을 잡았다. 시행 착오를 겪지 않고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인 것.
전일본공수(ANA) 또한 홍콩의 투자그룹과 저가항공사 피치를 설립, 올해말부터 운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에어아시아와의 제휴를 통해 에어아시아일본도 출범시킬 방침이다.
앞서 싱가포르항공도 저가항공사 설립계획을 밝혔다. 최근 몇년새 저가항공사 영향으로 이용객 수가 줄어든 데 따른 조치. 타이항공도 내년 4월 저가항공사 타이윙을 선보일 예정이다.
◇ 시장 경쟁 거세질 듯.."운임 낮춰야 한다" 지적도
에어아시아 등 기존의 동남아권 저가항공사들이 한국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이탓에 국내 저가항공사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시장에서 적게나마 이득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싱가포르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가항공사를 출범시킨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비록 현재는 한국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 시장을 뺏긴 상태지만 오랜 기간 항공업을 영위해온 만큼 방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일본, 싱가포르 모두 `동남아항공사에 비해 안전 의식이 높다`는 인식이 있어 저가 공세를 취해올 경우 국내 저가항공사는 시장 잠식을 피하기가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일본, 싱가포르 등은 올해말부터 내년 상반기 안에 저가항공사 첫 항공기를 띄운다는 방침. 항공업계에서는 "내년에 진짜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비용을 절감해 운임을 낮추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열 경쟁 때문인지 요즘엔 애초 취지와 달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운임이 높이 형성된 상태"라며 "운임 낮추기를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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