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해외 펀드 환차익에 대해 잘못 계산된 세금 환급이 시작됐다. 그러나 덜 낸 세금도 있어 처리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돈을 지급하는 것은 쉽지만 더 걷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덜 낸 세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판매사가 부담해야 하는 데다 이에 따른 가산세까지 내야할 판이어서 판매사들 사이에 불만이 높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판매사별로 해외 펀드 환차익에 대해 덜 걷은 세금은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해외펀드 세금 환급 시작..문제는 추징
작년 7월 기획재정부가 해외 펀드 환차익을 계산하는 방법을 바꾼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더 낸 세금을 환급해주는 것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됐다. 재정부는 당시 돌려줘야 하는 세금을 6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그러나 막상 해외 펀드 환차익 산정 방식을 기존 `취득시점 주가×환율변동분`에서 `환매 당일 주가×환율변동분`으로 변경하고 이에 따라 과표기준가를 새로 계산해 적용한 결과 세금을 덜 낸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미 환매한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덜 냈으니 추가로 납부하라는 것 자체가 저항감을 강하게 불러일으킬 수 있고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만큼 추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판매사들은 고객 계좌에 남아있는 예수금에서 추징하는 방법이나 미수금으로 걷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아예 추징이 어렵다고 판단, 대납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대우증권은 이미 회사가 전액 부담키로 결정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국세청이 원천징수 대상자인 금융기관이 처음부터 잘못 해석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석했다"며 "해외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마음 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그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회사가 대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판매사는 과표기준가에 따라 원천징수를 대행한 것 뿐인데 판매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건별로 계산하면 추징액이 크지 않지만 합산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며 "이를 걷지 못하면 결국 판매사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사 관계자는 "운용사와 사무수탁사가 과표기준가를 잘못 계산해서 세금을 덜 냈고 이를 판매사가 책임져야 한다면 이것은 법적 소송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처음부터 유권해석을 애매하게 하는 바람에 판매사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국세청이 이미 원천징수자인 판매사에게 잘못이 있다는 해석을 내리기는 했지만 원천적으로는 재정부가 해외 펀드 환차익 과세기준에 대해 애매한 판단을 내리면서 비롯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원천징수자들이 잘못 계산해서 세금을 덜 걷었다는 것이 국세청 판단인 만큼 가산세까지 내야할 판이다. 가산세는 누락금액의 2%다.
국세청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질의해와 법규과에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의견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과세표준을 잘못 계산한 것인 만큼 가산세를 내는게 원칙"이라며 "추징금액도 1인당 50만원을 넘는 투자자가 없어서 가산세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가산세 부과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대해 한 판매사 관계자는 "환차익 계산을 위해 관련 팀이 작년 연말부터 매일 야근하는 등 인력과 비용 소모가 상당했다"며 "그런데 추징하지 못한 금액을 책임지고 거기다 가산세까지 내라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