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난야 제휴..업계재편 신호탄?

김상욱 기자I 2008.03.04 10:32:20

트렌치진영, 스택기술로 전환 가속화 전망
후발업체들 제휴, 구조조정통한 업계재편 가능성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업계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마이크론과 난야의 제휴가 결국 가시화됐다.

나머지 후발업체들도 합종연횡을 통한 생존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추가적인 제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한 반도체업계 재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론-난야 제휴..`트렌치계열 백기투항`

미국 최대 D램 제조업체 마이크론과 대만 2위 D램업체인 난야는 이날 50나노이하 공동기술 개발을 위해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기술개발과 생산에서 손을 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제휴는 그동안 반도체 제조방식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트렌치(trench) 진영과 스택(Stack) 진영간의 무게중심이 스택진영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렌치기술은 웨이퍼 아래를 파서 막을 쌓는 회로방식으로 미세공정 전환에 어려움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업계수위인 삼성전자(005930)하이닉스(000660)는 웨이퍼 위로 막을 쌓아올리는 스택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지금까지 난야는 독일 키몬다와 함께 트렌치진영으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마이크론과의 제휴를 통해 50나노 이하에서는 스택기술을 채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난야의 결정은 트렌치 기술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트렌치기술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스택기술로의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전환이 진행될 경우 불가피하게 반도체생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시장 전체적인 수급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이닉스-프로모스 제휴, 이상없나?

후발업체들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재 제휴관계에 있는 하이닉스와 대만 프로모스의 제휴관계에서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는 과거 프로모스에 80나노 기술을 이전하고 생산량의 절반정도를 가져오고 있다. 프로모스가 판매하는 나머지 D램에 대해서도 로열티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66나노 공정기술 이전의 협의과정에서 변수들이 생기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단 반도체 시황자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프로모스 입장에서 66나노 기술이전이 그리 시급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70나노 공정기술이 있는 만큼 66나노 기술을 적용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대만 파워칩과 제휴관계인 일본 엘피다가 지속적으로 프로모스와의 제휴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점도 하이닉스와의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프로모스가 보다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하이닉스와 엘피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에 따라선 프로모스가 하이닉스가 아닌 엘피다, 혹은 마이크론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하이닉스 고위관계자는 "프로모스와의 협상이 진행중이지만 시간이 좀 소요될 것"이라며 협의과정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프로모스와의 제휴관계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 재편 불가피"

반도체시황이 악화되면서 제휴나 구조조정 등을 통해 업계재편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외에 하이닉스-프로모스, 엘피다-파워칩, 키몬다-난야-이노테라, 마이크론 등 5개그룹의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리만브라더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이후 반도체업체들이 적어도 3개그룹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체간 출혈경쟁이 이어지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퇴출이나 합병 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 등도 업체들의 실적부진, 트렌치 진영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업계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낮은 키몬다 진영과 시장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는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새로운 구도변화가 예상된다고 점치기도 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막대한 투자비를 부담해야 하는 만큼 후발업체들의 짝짓기가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한국업체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과 생산성 등을 갖추고 있다"며 "재편이 이뤄진다고 해도 지금의 구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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