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기술 패권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일본은 반도체 연합 기업 ‘라피더스’에 투자하면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66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 그만큼 국가 차원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중국은 지원 금액 단위부터 차원이 다르다. 미국은 오픈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약 450조원을 투입하고, 중국은 빅펀드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메모리 분야에 14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금액을 투자한다. 각국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는 첨단 AI 반도체가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특별법이 이제야 상임위 문턱을 넘었을 뿐이다. 1년 이상 걸렸다. 그마저도 업계의 절박한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핵심 쟁점인 주52시간제 예외는 부대의견에만 달았다. 핵심을 덮어둘 것이었다면 진작 법안을 통과시켰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만 52시간제 ‘족쇄’를 차고 뛰고 있다. 거센 중국의 추격 속에서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연구개발(R&D)에 있다. R&D 엔지니어가 과제를 수행할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는다면 법안에 담긴 재정 지원이나 인프라 지원도 온전하게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이 같은 선택이 향후 한국 반도체 기업과 미래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경쟁력 후퇴에 따른 책임은 누구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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