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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풀과 땅, 밤과 별, 새. 이 정도의 열쇠말이면 다 된다. 토속적 냄새 물씬 풍기는 덤덤한 한국화. 그렇다고 열쇠말 몇 개가 엮을 고리타분한 장면을 상상한다면 그건 실수다. 구도면 구도, 색이면 색, 형체면 형체, 웬만한 예상을 벗어나니까.
허공에 걸린 ‘로아커 나폴리탄’ 과자봉지를 보고 까무러칠듯 놀란 표정을 한 새의 얼굴을 보면 말이다. 이쯤 되면 방울토마토 가지가 쓰러질까 깃대를 세우고 실로 고정한 디테일한 행위, 아니 그 묘사는 되레 평범하다.
작가 김선두(65·중앙대 교수)는 전통수묵화의 새 길을 열어온 이로 평가받는다. 장지·먹·분채 등이 기본인 전통기법은 물론이고 콜라주·역원근법 등을 자연스럽게 섞어내는 실험적 화풍을 구현해왔던 거다.
열쇠말이 힌트였듯 ‘별밤’은 전매특허다. 별밤 잃은 도시인에게 ‘별 보여주는 일’을 즐겼는데, 별 쏟아지는 하늘을 에너지 삼아 텃밭에 삐죽이 솟아오른 풀들의 생명력을 내보이는 작업이 줄을 이었다. 그러곤 “시골사람도 서울사람도 아닌 경계인인 자신이 어수선한 변두리에서 꾸는 꿈”이라고 했더랬다. 그랬던 작가가 이젠 낮에도 별이 뜬다는 사실을 ‘제대로’ 복기시킬 참인가 보다. ‘낮별-방울토마토’(2022)가 반짝인다.
6일까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갤러리BK서 송수민·이소윤·이혜성과 연 3인 기획전 ‘푸른 기운’(Greenery Beats)에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