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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현직 경찰이 버젓이 한인 사업가 납치·살인, 범행 동기 안갯속

이명철 기자I 2023.06.06 21:07:26

2016년 사건 발생, 경찰관·정보원 출신 2명에 무기징역 선고
사업가 납치해 경찰청 주차장서 살해·유기, 후속조치 여부 주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필리핀에서 한인 사업가를 납치해 살해한 일당이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됐다. 경찰과 정보원 출신의 범죄자들은 피해자를 납치해 살해한 후 유족을 상대로 거액의 몸값을 받아내는 등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앙헬레스 법원은 산타 이사벨 전 경찰청 마약단속국(PNP AIDG) 경찰관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을 지낸 제리 옴랑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사벨의 상관인 라파엘 둠라오 전 마약단속국 팀장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10월 18일 루손섬 앙헬레스의 한 자택에서 한인 사업가인 지익진씨를 가정부와 함께 납치한 후 지씨를 살해해 인질강도·살인·차량절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수사 결과 당시 경찰은 지씨를 납치해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끌고 가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튿날 오전 인근 칼로오칸시의 화장장에서는 ‘호세 루이마르 살바도르’ 명의로 된 위조 사망증명서를 제출한 뒤 지씨 시신을 소각하고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했다. 납치됐던 가정부는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이동하던 중 풀려났다.

지씨 납치 소식이 알려진 후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은 지씨 피살 사실을 모르는 유족을 상대로 몸값을 요구해 500만페소(약 1억1600만원)를 받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당시 현직 경찰이 민간 한인을 납치해 살해했다는 점에서 필리핀 한인사회와 현지인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피살자 시신이 없어 사건은 묻힐 수도 있었지만 2017년 1월 화장장 업주 사무실에서 지씨 소유의 골프채가 발견되면서 단서가 잡혔다.

필리핀 검찰은 마약단속국 팀원인 로이 빌레가스와 화장장 소유주 헤라르도 산티아고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빌레가스는 국가 증인으로 채택돼 2019년 1월에 석방됐다. 산티아고는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

NBI 부청장 등 고위 간부들과 장례식장 직원들도 대거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검사·판사들에 대한 기피 신과 검사·변호사, 증인 불출석 때문에 재판 진행이 계속 지연돼왔다.

한편 2017년 1월 30일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은 지씨의 부인인 최경진씨를 만나 위로하고 충분한 배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씨 피살 장소인 경찰청 주차장에서는 매년 고인의 추모식도 진행됐다.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실체가 규명되지 않아 필리핀 사법당국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지 여부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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