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KPMG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배터리 순환경제,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과 기업의 대응 전략’ 보고서를 21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203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출시와 판매 금지를 선언한 국가들이 증가하며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한 배터리 순환경제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터리 순환경제는 폐배터리 내 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 또는 판매하거나, 폐배터리를 기존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배터리를 셀 단위에서 분해 후 코발트, 리튬 등 희유금속을 추출해 신규 배터리 제조에 활용 또는 타 산업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원재료 비용을 절감하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방법이다.
배터리 ‘재사용’은 배터리 모듈이나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형태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무정전전원장치(UPS)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모듈 및 셀을 해체하는 과정이 없어 안전할 뿐만 아니라 추가 비용도 적어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고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정책도 수립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폐기물 처리 지침(Directive 2006)’의 한계를 개선한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했는데, EU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터리는 주재료의 일정부분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유망산업이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인식하며 폐배터리 관련 인프라와 기술개발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은 2016년부터 국가 주도의 폐배터리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 등 아시아에서 폐배터리 관련 규정에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정KPMG는 새롭게 부상하는 폐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기업이 해결해야 할 핵심 이슈로 △비즈니스 모델 수립 △폐배터리 선점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경쟁력 확보를 제시했다.
먼저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할 때 기존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모빌리티 기업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ESS 실증사업을 수행하며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배치하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닛산은 스미토모(Sumitomo)와 합작해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지게차, 골프 카트 등 기계용 배터리로 다시 제조 후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했다.
이차전지 제조기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자동차, KST 모빌리티와 협업해 배터리를 확보하고 전기차 충전 ESS로 재제조하는 사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모빌리티 기업들은 소비자와 배터리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구형 배터리를 신형 배터리로 교환해 주거나, 전기차 배터리 리스 정책을 통해 자사 전기차 폐배터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차전지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기업 등 다양한 기업들과 리사이클링 협약과 배터리 재사용 관련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로 전기차 폐배터리 수거 경로를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 기업들도 전기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폐배터리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재사용 ·재활용하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를 위해 모빌리티 기업들은 폐배터리 소재의 회수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을 통해 배터리 제조 가격을 낮추고, 궁극적으로는 생산하는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차전지 기업들은 독자적인 기술개발, 기업인수 등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생산역량 규모를 키우며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 중이다. 화학 기업들은 재활용 업체, 원자재 기업 등과의 협업을 통해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배터리 공급을 할 수 있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홍민성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는 “공급망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며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업체 모두가 리튬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뛰어든 상황”이라며 “원재료 가격 증가와 유치 경쟁은 더욱 심화하고 배터리 순환경제는 원재료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