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분석]②판단 미룬 대구 보수..그래도 투표장 갈까

조진영 기자I 2018.06.11 08:52:17

대구지역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분석
사전투표율 16.4%로 전국 꼴찌
전문가들 "일단 적극 투표층 많은 민주당 유리"
인구 많고 보수적인 달서구 투표율 낮아
당일 투표 몰릴경우 한국당 우세로 전환

[편집자주] 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전투표율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사전투표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확보했느냐에 따라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서다. 이데일리는 사전투표율을 지난 19대 대선 사전투표율, 19대 대선 결과 등과 비교해 지역별 사전투표율이 갖는 의미를 분석해봤다.

17개 시도의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전남이 31.7%로 가장 높고 대구가 16.4%로 가장 낮다. 전국 평균은 20.1%를 기록했다
[이데일리 조진영 송승현 기자] 권영진 자유한국당 후보와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대구는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사전투표율(16.4%)을 기록했다. 전국평균인 20.1%보다 3.7%포인트 낮은 수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에 실망한 보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단 대구의 낮은 사전투표율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샤이 보수’의 결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 당일(13일) 투표율을 지켜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은 “보수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하지 않아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타난 것 같다”며 “일단 (사전투표율만 놓고 보면) 민주당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낮은 사전투표율 안에는 민주당 적극투표층이 한국당 적극 투표층보다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6일 실시한 대구시장 후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권 후보의 지지율은 35.9%, 임 후보의 지지율은 32.8%로 두 후보의 격차는 3.1%포인트였다. 적극 투표층에서는 권 후보 39.6%, 임 후보 38.2%를 기록해 격차가 1.4%포인트로 더 줄었다.

권영진 후보 캠프 관계자는 ‘대구의 낮은 사전투표율과 민주당 적극투표층이 결합할 경우 한국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서 투표율이 줄어든 것”이라고 일축했다. 임대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 지쳐 마음 줄 곳 없는 보수층이 투표를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내부적으로는 경합우세로 넘어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7개 시도의 19대 대선 사전투표율과 당일 투표율. 대구는 지난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았지만 당일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대구와 반대로 세종은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고 전남은 당일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역전을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다. 사전투표율이 낮아도 당일 투표율이 높아진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사전투표율이 22.3%를 나타내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지만 당일투표율이 55.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대구지역 득표율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두 배를 넘었다. 지난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였던 점을 감안하면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를 미루다 결국 보수정당을 찍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사전 투표율이 낮은데 대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들이 투표를 유보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선거 당일에) 기표소에 들어가면 보수 표심을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보수가 표를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아직 한국당 조직이 총동원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지역구가 있는 달서구의 사전투표율이 15.0%로 대구에서 가장 낮았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이 곳은 대구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동네다. 결국 가장 보수적인 유권자 대다수가 사전투표에 나서지 않으면서 대구 전체의 사전투표율을 끌어내렸다. 이들이 선거 당일(13일) 투표에 나설 경우 권 후보가 임 후보와의 격차를 벌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권순정 실장은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30%를 넘었던 부동층은 대부분 보수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달서구와 다르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역구가 있는 수성구(19.1%)는 대구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수성구청장 선거에서 김 장관의 의원 보좌관 출신인 남칠우 민주당 후보가 김대권 한국당 후보를 앞서면서 투표열기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지역은 지난 대선에서 대구에서 가장 높은 25.7%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해 최종 투표율(80.1%)도 대구에서 가장 높았다.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과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기사에 언급된 대구시장 후보자 여론조사는 KSOI가 지난 6일 대구광역시 거주 만 19세이상 성인 남녀 817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가상번호(79.7%)와 유선전화(RDD/20.3%)를 이용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포인트이고 응답률은 2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