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KB금융지주가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대어’로 꼽히는 대우증권(006800) 인수 참여를 두고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다.
‘리딩뱅크 탈환’과 비은행 부분 강화가 절실한 KB금융으로서는 대우증권 인수 검토를 꾸준히 해왔지만 3조원대에 달하는 높은 매각가와 KDB생명 패키지 딜이라는 ‘불편한 조건’으로 인해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대우증권 매각 일정이 구체화되면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실무적인 검토를 해나갈 예정이지만 최종 인수전 참여 결정까지는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오르는 대우證 매각가에 ‘주저’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21일 “증권사 인수는 꾸준히 관심을 피력해 왔던 부분”이라며 “(대우증권 매물 검토에 대해)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우증권의 시장가격 상승은 지난 1분기 브로커리지(위착 매매) 수익과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좋았던 탓이 큰데 이는 일시적 요인”며 매각가가 지나치게 오르고 있는 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9일 대우증권의 주당 가격은 1만 5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 1만원 안팎을 넘다 들었던 주가와 비교할때 5000원 가까이 올랐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 43%(보통주 기준 1억 4048만주)의 가치는 2조 1000억원을 넘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매각가격이 3조원에 달할 수 있다. 불과 4개월 남짓만에 가격이 7000억원 이상 뛰었다. 산업은행 보유지분 30%만 매각한다면 1조4700억원 수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2조원대 초반으로 추산된다.
KB금융이 주저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인수가격 때문이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도 안팎에서 나온다. 대우증권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는 KDB산업은행은 최근 금융당국과 대우증권 매각에 관한 협의를 마치고 이르면 내달 매각구조를 짜기 위한 사전시장조사(Tapping·태핑)에 착수한다. 정부는 가격이 높다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을 만큼 지분을 쪼개서 매각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KDB생명 패키지 인수도 고민
대우증권의 매각가격 더불어 KB금융의 고민을 더 하는 것은 KDB생명 패키지 매각이다. KB금융은 애초 KDB생명 인수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인수가만 높이고 인수 시너지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 KDB생명은 출자자 구성이 복잡해 투자원금(85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요구하면 인수가 불가능하다”며 “KDB생명 패키지딜은 대우증권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산업은행뿐 아니라 국민연금, 칸서스자산운용, 코리안리, 금호아시아나 등으로 출자자들이 구성된 ‘KDB-칸서스밸류 PEF’가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정리가 복잡해 매각가를 낮추기도 어렵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독자 매각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대우증권 매각을 위한 조건으로 KDB생명의 패키지 매각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산업은행에서는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진행한 ‘우투증권 패키지 딜’에 대한 분석을 이미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의향자와의 관계도 중요한 만큼 정부는 상황에 따라 분리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정부의 패키지 딜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