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그동안 정부가 온갖 대책을 내놨지만 달라진 게 있나요. 정부 정책 믿고 (고객에게) 집사라고 권했다가 욕먹은 경우가 많습니다.” (잠실 A공인 관계자)
새 정부가 출범 즉시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 5년 동안 겪은 학습효과 때문이다. 대책은 쉴새 없이 나왔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었다.
이는 현 정부가 시장과의 교감 없이 설익은 대책을 남발한 원인이 크다. 실천 의지도 미약했다. 시장은 A를 원하는데 정부는 B를 줬으니 약발이 들을 리 만무했던 것이다.
설익은 대책 발표에 따른 불편은 수요자가 감수해야 했다. 작년 ‘5·10 대책’ 땐 집이 안 팔려 걱정인 1가구 2주택자들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간을 연장해줬지만 정작 취득세 감면 연장은 해주지 않아 ‘앙꼬 빠진 찐빵’이라는 비난이 나왔었다.
‘9·10 대책’ 땐 한시적으로 취득세와 양도세를 감면키로 했지만 감면 기준이 오락가락하고 국회 통과도 더뎌져 매매시장과 분양시장 모두 큰 혼란에 빠졌다. 특히 혜택에서 제외된 신규 분양아파트는 미분양 직격탄을 맞았다.
MB정부 야심작인 보금자리주택 정책도 마찬가지다. 애초 취지와는 달리 익사 직전의 시장을 오히려 물 먹인 정책으로 평가된다. 가격 경쟁력에 밀린 민간 분양시장은 된서리를 맞았고 보금자리 대기수요가 늘면서 전셋값이 치솟는 부작용을 낳았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만들어진 대책은 무의미한 공염불일 뿐이다. 지난 2005년 8.31대책 때처럼 국민 공론조사로 여론을 수렴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 관계자의 제언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특히 과거 집값 급등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분양가상한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제도는 정부의 해제 의지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국회에 발목이 잡혀 왔는데 이번 기회에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이명박 정부처럼 5년 동안 땜질처방으로 날을 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