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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운용사, 자통법이후 부익부 빈익빈 심해질 것"

이진철 기자I 2009.02.03 10:16:12

그룹계열 대형사 우세지속.. 중소사 구조조정 불가피
금융선진국 독립운용사 강세와 대조.."차별화 노력 필요"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후 자산운용사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룹계열의 수탁고 상위권 대형운용사의 우세가 지속되겠지만 하위권 독립 중소운용사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3일 동양종금증권은 "금융선진국의 경우 전문성이나 고객신뢰도 측면에서 이해상충의 위험이 적은 독립자산운용사가 유리하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효과를 활용해 경쟁우위를 점하는 대기업 및 금융그룹 계열의 대형 운용사들의 우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재 전체 수탁고의 3분의 2 이상을 상위 10위 운용사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중소형 회사들간 통합의 움직임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양종금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통법이 증권업과 자산운용업간의 겸영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집합투자업(자산운용업)과 증권사와의 겸업이 허용돼 있어도 실제 겸영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겸영을 하더라도 한 법인체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산운용업계의 선두그룹은 스테이트스트리트, 피델리티, 뱅가드, 레그메이슨, 캐피탈리서치 등 독립계열의 자산운용사이다. 또 대형금융기관에서 자산운용업을 분리해 시티뱅크는 메이슨의 중개업을 인수하고 자산운용업을 넘겨주는 스왑을 단행했고, 메릴린치는 블랙록에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자산운용보다는 자산관리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간 계열 운용사들의 신설이 많았다. 이는 경제 효과를 활용해 경쟁우위를 점하는 전략에 대한 선호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미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중소형이거나 계열 혹은 회사내 판매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독립자산운용사의 생존전략은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혹은 독립 운용사들은 이미 포화상태거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전통형 펀드에서 보다는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한 전문화된 영역을 개발해 선점하는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자통법이 시행되면 자본시장과 금융기관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비용도 지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통법 자체는 자본시장 및 펀드시장에 변화의 기회와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 속도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오히려 현재 관련업계와 투자자에게는 자통법이 줄 기회의 요인보다, 이로인한 불편과 혼란이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은 설명의무(product guidance), 적합성(Suitability)의 원칙 등에 따라 펀드 판매에 상당한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금융투자회사는 상품판매와 개발,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일어날 수 있는 이해상충의 발생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 프로세스 구축과 조직정비, 판매직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훈련 등에 많은 비용을 소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자통법을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성장의 주요 기회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영국이나 호주 등의 사례에서도 그러했듯이 법의 지속적으로 보완∙진화와 함께 금융투자회사 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자금수요자, 정책 당국자들이 모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자통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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