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길로 스스로 찾게 하는 고기 맛의 숨겨진 비결은

객원 기자I 2008.11.25 15:33:00

''채소 초절임''

[이데일리 EFN 송우영 객원기자] 채소를 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에 담가 만드는 절임음식인 장아찌는 웰빙을 넘어 진정한 로하스(LOHAS) 음식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열을 가하지 않아 영양소 파괴도 거의 없는 천연 발효음식이며 다른 음식에 비해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독특한 맛은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육류와 함께 먹으면 소화를 돕고 영양의 밸런스까지 맞춰준다.

장아찌 중에서도 식초에 담근 초절임은 만드는 비용도 저렴해 업소 적용이 쉽고 고기의 느끼함도 제거해주어 고기 추가 주문도 유도할 수 있다.

◇ 현대인 식단에서 꼭 필요한 섬유소

육류 섭취에 있어 문제로 거론되는 것은 지나친 동물성 지방질의 섭취와 육류를 소화시키고 배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과 함께 섬유소가 부족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육류를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들이 동양인들에 비하여 배변량이 절반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장암이 많은 이유도 이 까닭이다. 우리나라 역시 1969년 하루 평균 6.6g이었던 일인당 육류섭취량이 2001년에는 91.6g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비만인구 증가는 물론 비만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및 성인병 발병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장과 김치, 장아찌를 비롯한 다양한 전통 발효음식이 현대인들의 성인병과 암 발생률을 낮춰줄 해결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 중 최근 갖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장아찌가 재조명되고 있다. 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 등 무엇으로 담그냐에 따라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독특한 풍미는 모든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뿌리, 잎, 열매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장아찌는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섬유소, 비타민, 미네랄 등의 함유가 높다. 만들 때 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 등의 장에 소량의 소금, 설탕 이외에는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고 신선한 채소를 장에 담가 만들기 때문에 열처리로 인한 영양소의 파괴나 변질이 없이 영양소가 고스란히 보존된다.

◇ 고기음식점에서 초절임의 경쟁력

고기를 메인으로 하는 경우 반찬은 자연스레 채소 위주가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기음식점에서는 김치 외에 파무침이나 샐러드, 쌈채 등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신선한 채소들의 가격은 날씨나 계절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장마철이 되면 고기 값보다 채소 값이 더 많이 들 정도다.

고기 추가 주문이면 돈이라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소를 추가로 더 달라는 고객에게 매몰차게‘안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때 장아찌가 식재비용의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다. 제철에 저렴한 채소로 만들면 식재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 때문에 제철에 많이 나는 채소나 과일을 활용하면 1년 내내 상차림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신선한 채소는 쉽게 상해서 버리는 양도 많지만 장아찌는 그럴 염려마저 없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고기와 어떤 장아찌를 같이 내도 어울리겠지만 업소에서 적용할 때는 식초에 채소를 담근 초절임이 경쟁력이 있다. 무엇보다도 식초로 만든 초절임류의 장아찌는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으로 만든 장아찌에 비하여 식초의 가격이 낮으므로 경제적이다.

염분 함유율도 다른 것에 비하여 낮을 뿐 아니라 만들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편리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초절임은 오이와 양파, 무, 마늘, 마늘쫑 등이지만 장아찌를 만들 수 있는 채소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매실, 버섯류, 각종 잎채소, 채소줄기, 연근, 산나물 등등 갖가지 재료로 만든 독특한 초절임이 등장하고 있다.

◇ 한정식과 고기음식점에 두루 어울려


고기음식점 보다는 한정식 집이나 한식, 또는 일식집에서 조금씩 한두 종류 나오던 장아찌류를 몇 년 전부터 고급 고기음식점들이 고기 밑반찬으로 내기 시작했다.

고객들의 반응이 높아지자 최근에는 장아찌를 전문으로 제조하고 만드는 업체도 늘어나고 웬만한 고기 음식점에서는 특색 있는 한 가지 이상의 장아찌류를 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외양조차 생소했던 아삭이고추장아찌와 산마늘잎장아찌는 1~2년 사이에 한정식집과 고급고기음식점을 중심으로 퍼져 웬만하게 외식을 해 본 사람들은 한 번 이상 먹어보았을 정도다.

담그는 방법이나 재료에 따라 맛에 차이는 있지만 장아찌는 기본적으로 새콤한 맛, 짠맛, 단맛, 매운맛에 발효되면서 생긴 독특한 감칠맛까지 있다. 이런 장아찌의 맛은 무엇보다도 미(味)적으로도 느끼할 수 있는 고기와 잘 어울린다.

삼겹살이나 등심, 갈빗살 등 양념을 하지 않은 생고기구이와는 물론이고 소, 돼지고기를 양념에 절여서 구워먹는 양념 구이와 함께 먹어도 좋다. 소화를 돕고 영양 밸런스까지 맞춰주는 장아찌, 그 중에서도 식초에 담근 초절임은 가격 면에서도 저렴해 업소 적용이 쉬우면서도 식초 특성상 고기 지방질의 느끼함도 줄여주어 추가 고기 매출도 이끌 수 있다.

◇ 독특한 재료로 만든 초절임으로 업소 차별화

서울시 잠원동 '엉클제이'에서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한 간단한 일본 퓨전요리를 팔고 있는데 항상 반찬으로 새송이버섯 초절임을 내고 있다. 새송이버섯은 저렴하고 가격 변동이 적기 때문에 1년 내내 식자재비에 상승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양념된 고기의 느끼함을 덜어줄 뿐 아니라 음식의 변질이 많은 여름에도 식초덕분에 쉽게 상하지 않는다. 오픈 초기부터 꾸준히 냈기 때문에 이제는 이곳을 대표하는 반찬이 되었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참누렁소'는『식객』에도 소개될 만큼 고기의 맛과 질, 반찬, 서비스 등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고기음식점이다. 이곳은 상차림에 오색오미(五色五味), 음양오행까지 따져가며 음식을 차려낸다.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것은 다양한 장아찌류. 끊임없이 음식에 대해 연구하고 고민하는 옥선희 전무는 제철 채소를 활용한 각양각색의 장아찌를 선보인다. 일주일에 1회이상 밑반찬에 변화를 주는데 그 중에서도 토마토나 연근으로 만든 초절임 등 평범한 재료로 만든 특색있는 초절임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염분을 줄여 담백하게 담근 초절임 등은 고기를 먹고 난 뒤 소화를 돕고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참누렁소'가 있는 상권에는 을지병원을 비롯한 병원들이 많고 아파트가 밀집된 곳이라 가족 손님이 많은데 소화력이 조금 떨어지는 환자들이나 나이가 많은 고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최근 1년사이 고기음식점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은 울릉도가 산지인 산마늘잎 장아찌다. 먹을 것이 부족하였을 때 수명을 이어주는 것이라 명이나물로도 불리는 산마늘잎은 마늘과 비슷한 맵싸한 향이 나면서 깔끔한 맛이 있어 질리지 않으며 지방질이 많은 고기와 잘 어울린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고기음식점 '소구니'의 황옥선 대표는 울릉도에 살았을 때 먹었던 산마늘장아찌를 2006년 오픈 당시부터 고기반찬으로 냈다. 처음에는 젓가락도 안 댈 정도로 낯설어 하던 고객이 이것 없이는 고기를 먹을 수 없다면서 단골고객이 되었다.

특히 등심에 비해 조금 느끼할 수 있는 차돌박이와 잘 어울린다고.

경기도 이천의 '입안행복 황토가마구이'는 갈비 삼겹살과 돼지의 선지와 후지 등 비선호부위를 활용한 구이를 판매하는 고기음식점이다. 이곳에서는 쌈채소가 없다. 대신 초절임 세 가지를 고기 밑반찬으로 내고 있다. 고추냉이 줄기와 잎, 대왕고들빼기 잎으로 만든 초절임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상추나 깻잎 등이 없어 당황하던 고객들도 한번 먹어본 이후 계속 찾는다고.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류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업소와 차별화된다. 고기와 함께 먹을 경우 소화를 도와 속도 편안하게 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번거롭다는 이유로 쌈 대신 김치나 파무침과만 고기를 먹는 경향이 많았는데 그래서 더욱 초절임에 대한 반응이 좋다.

Tip.

식초는 채소의 비타민C 파괴를 억제한다. 칼슘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며 뼈가 강하고 부드러워져 나이가 들어 쉽게 부러지는 것 또한 방지한다. 몸속의 피로물질인 젖산을 감소시키고 당뇨와 위궤양 등을 예방하고 간 기능도 향상시킨다. 식초가 체내에서 소화되며 생기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은 혈관을 확장하여 혈압을 떨어뜨리는데 효과가 있다.

[ 도움말 : 월간 외식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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