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스타 가수, 그들의 ‘이유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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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문탁 `헤드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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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가수들이 이웃집 담을 넘는다. 음반은 안 팔리고 콘서트 시장도 오그라들자 뮤지컬 배우로 전업하는 가수들이 늘고 있다. 홍경민은 12월 1일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하는 ‘동물원’의 주인공으로 뮤지컬에 데뷔한다. 김종서도 유다 역으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2월 20일부터 코엑스 오디토리움) 무대에 오른다. ‘아이다’로 신고식을 치른 옥주현을 비롯해 소냐(지킬 앤 하이드), 김태우(알타보이즈), 서문탁(헤드윅), 춘자(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해이(벽을 뚫는 남자), 고재근(네버엔딩 스토리)등 뮤지컬로 달려가는 가수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들이 뮤지컬로 간 까닭은
“뮤지컬이 오랜 꿈이었어요.” 뮤지컬에 캐스팅된 가수에게 까닭을 물으면 이런 껍데기 같은 답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럼 알맹이는 뭘까? 시장의 논리다. 뮤지컬은 이미 다른 공연 장르를 압도하는 ‘공룡’이다. 공연예매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2000년 공연 매출액 순위 50위 안에 13편(26%)뿐이었던 뮤지컬은 2004년 38편(76%)으로 폭증했다. 해마다 20~30%씩 성장 중인 뮤지컬 시장엔 더블 캐스팅을 통해 동시에 2~3편에 겹치기 출연하는 배우도 많을 만큼 배우난을 겪고 있다. 반면 음반 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음악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뮤지컬 배우도 많아 가수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가수들은 점점 좁아지는 가요계를 벗어나 뮤지컬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한다”며 “양쪽의 수요가 만나기 때문에 가수의 무대 진출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가수 캐스팅은 새로운 관객을 발굴하는 효과도 있다.
★몸값은 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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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경민 `동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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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문 배우들의 출연료는 공연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A급의 경우 보통 회당 100만원을 받는다. 인지도가 있는 가수가 뮤지컬 무대에 설 때 몸값은 회당 200만~500만원. 클립서비스 신정아 과장은 “대중적인 가수를 내세우면 홍보가 쉽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개런티로 돌려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개막 직전 앨범을 내 방송출연이 많은 가수일 경우 저절로 광고효과가 난다. 그룹 동물원의 음악으로 속을 채운 뮤지컬 ‘동물원’의 이아령 기획팀장은 “드라마와 콘서트로 연기력이 검증된 가수라 홍경민을 섭외했다”며 “예매를 시작하자 홍경민 팬들이 표를 많이 사갔다”고 말했다. 뮤지컬로의 전업이 다 성공적이진 않았다. “가수가 점점 엔터테이너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연기력을 갖춘 가수들이 많지만, 배역 분석이나 뼈를 깎는 연기훈련이 없으면 무대에서 죽을 쑤는 경우도 있었다”는 게 원종원씨의 말이다. 쇼노트의 송한샘 이사는 “티켓파워보다 공연의 질이 중요하다. 뮤지컬 출연을 ‘나들이’ 정도로 생각하는 가수는 스타라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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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아이다`의 옥주현. 내년엔 `시카고`에 출연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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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를 원한다
관객 유지인(여·32)씨는 “뮤지컬 배우들의 성악 발성은 좀 부담스럽고 정서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뮤지컬 관객이 대중가수들을 반기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까지 뮤지컬로 건너온 가수들과 뮤지컬 관객이 원하는 가수들 사이에는 ‘온도차’가 있다. 비 엄정화 보아 이효리 김윤아 휘성 전진 거미….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전업을 결심하지 않은 가수들의 이름이다. 특히 비는 노래와 춤 실력은 물론 감수성과 연기력도 좋아 곧바로 뮤지컬 무대에 올려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개런티는 조승우의 기록(4억원)을 깰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