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후가 진짜 협상…사업 수익 넘어 동맹 편익도 봐야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협상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될 가능성 속에서 한미 패키지 합의를 마무리한 점을 성과로 꼽았다. 조선·에너지 투자와 안보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투자 규모에 합의한 것과 개별 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다. 원전은 건설비와 공기, 전력 판매 조건을 따져야 한다. 알래스카 LNG 역시 개발·운송 비용과 장기 판매·구매 조건에 따라 경제성이 달라진다. 한국으로서는 투자금 회수 가능성과 국민 부담을 검증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반면 미국은 투자 성과를 서둘러 가시화하려 한다는 게 허 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이 확정하지 않은 사업까지 미국이 국내 정치적 성과로 앞세운다고 지적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시간표와 한국의 사업성 검토 일정이 엇갈리는 셈이다.
투자 이행은 선거 이후에도 계속된다. 사업 선정과 자금 집행 과정에서 속도와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남는 만큼 중간선거만 넘기면 된다는 접근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이런 현안들을 관통하는 목표와 로드맵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투자 협상이 풀리지 않아 핵추진잠수함 문제가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논의가 흐르는 것도 우선순위와 조정 기준의 혼선을 보여준다는 진단이다. 양자택일이 아닌 문제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 무엇을 먼저, 어떻게 추진할지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허 원장은 정보공유를 둘러싼 논란과 대북정책 관련 발언 등도 거론하며 한미 갈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이행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핵추진잠수함 등 후속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 지연이 정보공유 문제의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정부가 대미투자의 상업적 합리성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본적인 사업성이 확보된다면 개별 수익뿐 아니라 한국 기업의 추가 참여, 미국 원천기술과 지식재산 활용, 에너지·인프라 진출과 동맹의 편익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료와 투자기관이 손실 책임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정부 최고위층이 전략적 판단과 책임을 맡아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개별 프로젝트의 장기 수익 계산만으로 경제안보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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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원장이 미국과의 협력에서 얻을 전략적 편익을 강조했다면, 김 교수는 협상력으로 확보하려는 국익의 목표와 강대국 의존도를 낮출 방안에 무게를 뒀다.
김 교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남이 원하는 빵과 버터를 한국만 만들 수 있더라도, 한국에 필요한 것이 밥과 김치라면 그 힘으로 이를 가져와야 한다는 비유다. 남에게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것과 그 역량을 우리 이익으로 바꾸는 것은 별개의 과제라는 뜻이다.
그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보류에서도 전략의 문제를 짚었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장기적으로 필요한 전략이라면 농어민의 우려를 해소할 대책과 설득을 통해 추진할 결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CPTPP의 의미도 관세 인하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추고 산업·공급망 협력을 넓힐 중견국 경제안보 플랫폼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들어가서 뭘 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입만으로 기회가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 만큼 어떤 협력을 주도할지 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당장 수요처를 바꾸기 어려운 분야가 있는 만큼 다른 반도체와 피지컬 AI, 전력 등 협력 가능한 분야부터 네트워크를 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