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팀 만든 법무법인 지평…"원전 법률자문 시대 열 것"

송승현 기자I 2024.09.29 15:00:00

지평 원전팀 류혜정 변호사·이승민 외국변호사
"국내 풍력발전소 계약 풍경 바꾸는 등 성과"
현지 역량 강화 위해 체코 현지 로펌과 MOU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해외 원자력 발전소(원전) 신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외 글로벌 법무법인(로펌)이 주도적인 입지를 선정하고 있어 국내 로펌은 자문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이번 우리나라의 체코 원전 수출을 계기로 법무법인 지평은 원전 자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법무법인 지평 원전팀 류혜정(왼쪽) 변호사, 이승민 외국변호사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김태형 기자)
류혜정(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지평 원전팀장은 2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평은 원전 발전 사업 전반에 관한 심층적 법률 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원전팀을 출범했다. 류 변호사는 자원에너지, 환경, 해외투자 분야에 특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원전팀을 이끌고 있다.

체코는 지난 7월 원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했다. 우리나라가 원전 사업을 수주한 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만이다. 한수원이 따낸 체코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은 오는 2036년까지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16억유로(약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이번 수주로 원전 건설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되고 해외 시장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만큼 사업에 대한 법률 리스크를 자문하는 변호사 업계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지만 류 변호사는 “원전 관련 법률 자문은 여전히 해외 로펌이 독식하고 있어, 지금으로써는 해외 유명 로펌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도 국내 로펌이 개입돼 있긴 하지만 주로 이끄는 건 해외 로펌”이라며 “아직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전후방 생태계가 부족해 관련 경험이 부족한 탓이 크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관련 경험과 역량을 축적할 기회가 부족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평 원전팀이 출범한 것도 국내에서 여전히 불모지인 원전 법률 자문 영역에서 발자취를 남기기 위함이다. 지평은 원전 분야에서 △바카라 원전 관련 계약서 검토 및 분쟁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산업과에 대한 원전 정책 관련 자문 △원자력안전법 관련 검토 및 대응 자문 등의 경험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지평은 에너지 분야에서 탄탄한 이력을 쌓아왔다. 2008년 자원·에너지팀 신설에 이어 2012년에는 신재생에너지를 다루기 위한 자원·에너지·환경&인프라팀으로의 확대 등 에너지 분야에 대한 풍부한 자문 경력을 축적했다.

류 변호사는 “지평은 풍력발전과 관련해 국내 로펌이 최초로 작성한 초안(드래프트)으로 직접 협상에 참여해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며 “이는 국내 풍력발전 계약 풍경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공략을 위한 움직임도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 지평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본격적인 법률 자문을 위해 체코 로펌 PRK파트너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달 28일에는 PRK파트너스와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체코 세미나’를 공동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당시 세미나에는 사전 등록자의 70%가 넘는 이들이 참석할 정도로 흥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팀 구성원인 이승민 외국변호사는 “이번 체코 원전 사업은 체코에서 진행되므로 유럽연합(EU) 규제와 체코 법률을 이해하고 준수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지평은 해외그룹 중동부유럽팀을 중심으로 체코와 관련된 다양한 법률 자문을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원전 분야의 전문성과 체코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야말로 지평이 갖춘 최고의 무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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