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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예술의 전당을 지나 마주한 회색빛 건물. 인공지능(AI) 버추얼 휴먼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음을 훔친 이스트소프트 본사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기 그지없는 건물이지만, 지하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다소 이질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방송국을 연상케 하는 ‘AI 스튜디오 페르소(Studio Perso)’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ON AIR’가 적힌 문 안쪽은 이스트소프트가 보유한 AI 버추얼 휴먼 기술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공간이다. 촬영이 실제로 이뤄지는 스튜디오 안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여러 카메라와 조명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총 설치된 카메라는 3대다. 넷플릭스 인증과 더불어 방송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영역에서 사용될 만큼 고성능이다. 특히 방송에서 사용하는 렌즈와 영상 출력 방식을 채택해 현존 최고 화질인 8K까지 구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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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문 또한 전문 녹음실처럼 구축됐다. 밖과 안의 소리를 완전히 분리하기 위함이다. 들어올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문을 살펴보니 일반적으로 봐왔던 것과는 달리 엄청난 두께와 무게를 갖고 있었다. 이를 닫자 밖에서 들려왔던 여러 소음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촬영 스튜디오 맞은 편에 위치한 조정실은 드라마 PD들이 앉아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다. 출연자에게 디렉션을 줄 수 있는 마이크와 모니터링 화면 여러 대가 한 쪽 벽면을 메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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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드라마 PD 출신들이다. 단순한 개발을 넘어 편집을 통한 미세조정으로 자연스러움과 고품질을 구현하는 핵심 인물들인 셈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AI 휴먼을 만들 때 얼굴에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지도록 하거나, 행동을 미세 조정하는 등 고품질을 추구하고 있다”며 “기술력에 콘텐츠 적으로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AI 경쟁을 주도하고 있는 MS 또한 ‘이스트소프트 표’ AI 버추얼 휴먼 기술을 인정했다. 지난달 이스트소프트는 ‘MS 비전 얼라이언스’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이는 MS가 신규 시장을 발굴·선점하기 위해 각 산업별 유망 기업과 제휴를 맺고, 기술과 서비스 환경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AI 휴먼을 도입, MS 협업 플랫폼 ‘팀즈(Teams)’에 연계해 시너지를 내기로 합의했다. 이스트소프트가 특히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팀즈와의 연계다. 월간순사용자수(MAU) 2억8000명에 달하는 팀즈와 연동을 성공하면 다른 MS 서비스들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챗GPT와 연동한 AI휴먼 개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이스트소프트는 사람 수준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한 교류 등을 위해 자체 개발한 AI휴먼에 챗GPT를 접목하고 있다. 최신 정보 제공이 어렵다는 단점은 이스트소프트가 보유한 포털 서비스 ‘줌 인터넷’ 데이터를 끌어와 해결한다. 이를 통해 기업간거래(B2B)를 넘어 개인간거래(B2C)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AI 버추얼 휴먼 고도화에 최적화된 ‘AI 스튜디오 페르소’를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MS와의 협업, 챗GPT 접목 등 다양한 기회를 만들었다”며 “향후 MS 팀즈와의 연동이 성공해 타 서비스로 확산 적용되고, 챗GPT 접목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