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이번주 독일 뮌헨안보회의 때 왕 위원과 회담을 갖는 것을 숙고하고 있다”며 “양측이 합의한다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뮌헨안보회의는 오는 17~19일 열린다. 두 인사는 양국 외교라인의 1인자로 꼽히는 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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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관은 당초 지난 5~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지만, 중국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 침범하면서 전격 취소했다. 당시 미국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풍선이 미국 영공에 있는 것은 국제법뿐만 아니라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은 이 풍선을 두고 “기상 연구용 비행선”이라는 주장을 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것이다. 두 인사가 독일에서 만난다면 정찰 풍선 사태 이후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회담 가능성을 아예 부인하지는 않았다. 웬디 셔먼 국무부 장관은 이날 한미일 외교차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에 대해 “발표할 내용이 없다”면서도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옳은 상황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우리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금 시점에서는 예정하고 있는 회담은 없다”고 했다.
최근 미중 갈등은 더 격화할 조짐이다. 미국이 10~12일 사흘 연속으로 미확인 고고도 비행 물체를 영공 내에서 잇따라 격추하며 자국 안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이마저 중국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격추해 상공에서 떨어뜨린) 세 물체를 회수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잔해를 수거해 파악하는 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물체들을 격추한 것은 민간 항공기의 안전 이유 때문”이라며 “잠재적인 정찰 리스크가 있으면 국가 안보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중국까지 “미국의 풍선이 지난해 이후에만 10여차례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며 맞서고 있다. 이를 두고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NSC 대변인은 “미국 정부가 중국 상공에서 정찰 풍선을 운영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커비 조정관도 MSNBC에 나와 “우리는 (정찰 풍선을 띄우는 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이 만난다고 해도 긴장감을 단박에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찰 풍선 운용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부터 두 나라간 말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이 이뤄진다고 해도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관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