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수도권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 지방 곳곳 아파트에서 전셋값이 매매시세를 따라잡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하나세인스톤3차 오피스텔의 계약면적 39㎡는 현재 전세와 매매 모두 1억2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하나세인스톤1차 오피스텔 55㎡도 전세시세가 1억1500만원으로 매매시세 1억3500만원보다 불과 20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구로동 H공인 관계자는 “이 오피스텔은 역세권이라 전세수요가 많아 원래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높은 편”이라며 “전세권 설정을 하면 경매로도 잘 안 넘어가니까 설마 전세금을 날리겠냐 하는 생각에 세입자들이 계약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파트값이 워낙 비싼 수도권에서는 볼 수 없지만 지방 일부 아파트에선 전셋값이 아예 집값을 뛰어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경북 포항시 장성동의 롯데낙천대 전용면적 85㎡ 5층 아파트가 1억3900만원에 팔렸다. 그러나 이 시기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4층 아파트는 1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됐다. 같은 아파트의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100만원 더 비쌌던 것이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의 시영1차 50㎡ 8층도 두 달 전 5500만원에 팔렸지만 전세 실거래가는 12층 6000만원, 15층 5500만원으로 매맷값과 같거나 더 높았다. 이들 단지의 경우 전세수요는 여전히 강한데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로 내놓을 경우 보증금을 크게 올린 것이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전셋값 역전 현상은 전세 수요가 공급을 크게 뛰어넘는 상황에서 나타난 기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없다보니 집주인들이 임대료로 보상을 받으려 한다”며 “전세가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어서 원래 가치보다 전셋값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