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판매수수료는 낮추지 않고, 언론플레이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단단히 화가 났다. 공정위가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을 불러 판매수수료를 5% 포인트 이상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했다고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의 말까지 빌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세계 밀어붙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판매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업체 팔 비틀기에 몰두했다는 뉘앙스다.
이 소식을 접한 공정위 지철호 기업협력국장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언론에 정보를 흘려, 정부 압박만부각시키고 정작 판매수수료는 인하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판매수수료는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게 상품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감하고 나머지 상품판매대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 때 감해진 금액을 말한다.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것은 납품업체가 물건을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지 국장은 "6월말에 처음으로 11개 대형 유통업체의 수수료가 공개된 이후 중소 납품업체들이 30~40%대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항의를 해왔다"며 "그래서 대형 유통업체들을 만나 판매수수료 인하문제를 얘기했더니 전혀 꿈쩍도 안 한다"고 토로했다.
공정위는 7월 백화점, TV홈쇼핑,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실무자들을 만나 판매수수료 인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업계는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실무자 선에서는 먹히지 않자 8월엔 정재찬 공정위 부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대형 유통업체 대표들과 만나 판매수수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 오히려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판매수수료 인하문제를 물타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 인하요구가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불만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독과점 구조인 대형 유통업체가 중소 납품업체를 압박하는 것에 비해선 정부의 수수료 인하 압박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유통업체가 판매수수료를 자율적으로 인하하지 않자, 다른 카드를 찾고 있다. 지 국장은 "상품군별로 판매수수료를 공개할 계획"이라며 "유통업체가 명품 등을 파는 대기업 납품업체에는 수수료를 적게 받으면서 중소 납품업체만 수수료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가 대형 납품업체와 중소 납품업체에 대해 수수료를 어떤 식으로 차별하고 있는지를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이런 방식이 대형 유통업체를 움직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라는 게 공정위 안팎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