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종결자는 ‘애프터서비스의 강자’가 될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AS는 단순한 사후관리를 넘어 브랜드를 이해하고 교감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올랐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수입차 AS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수입차를 타면 세무조사(?)까지 받았던 80년대 후반과 달리, 차로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게 존중받으면서 수입차 구매가 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국내 수입차 판매대수는 4000여 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의 0.4%에 불과했지만 2002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 9만여대를 판매해 내수점유율 7%(판매량 기준)를 차지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은 출시예고 차량만 50여 종에 달하는 등 '굿 뉴스'로 넘친다. 판매량 역시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13만대·점유율 8%가 예상된다. 지난해 12만 여 대를 판매, 내수시장 4위를 차지한 한국GM과 같은 규모로 수입차가 판매되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승승장구하던 수입차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있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한 폭스바겐의 외주 서비스 업체가 부품값을 조작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문제의 발단이 됐던 '지오모터스'는 폭스바겐의 공식 딜러가 수리할 수 없는 부문에 대해 외주를 준 업체인 만큼, 폭스바겐 코리아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한 업체의 잘잘못이 아니라 수입차 시장 확대의 이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걸맞지 않게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 불만은 심각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자동차 피해구제 건수를 보면, 시장점유율 1%당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수입차량이 26.2건으로 국산차량(7.9건)보다 3.3배 가량 높았다. 브랜드 별로는 아우디가 56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포드와 재규어가 40건, 폭스바겐 36건, BMW가 33건으로 그 뒤를 따랐다.
부품가격이 비싼 점도 지적됐다. 소비자원이 국산차와 수입차의 2000cc동급 차량의 엔진오일과 변속기 오일 등 수리가 잦은 부품을 비교해 보니 수입차가 많게는 국산차보다 7배 이상 비쌌다.
엔진오일 교환 비용이 현대차 쏘나타가 부품비와 공임을 합쳐 3만원 미만인 것에 반해 BMW 320i는 14만6000원, 폭스바겐 파사트는 17만3000원, 벤츠 C클래스는 31만원 선인 것. 변속기 오일 역시 현대차 YF쏘나타가 7만원을 기록한 반면, BMW 320i는 39만원, 벤츠 C 클래스는 42만원으로 5배를 넘어섰다.
최근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무상 보증기간을 늘리는 등 '수입차는 사후 수리가 힘들다'는 인식을 바꿔나가는 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당장 차량이 고장나면 여지 없이 비싼 돈을 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수입차들의 이런 노력이 미흡하게 느껴진다.
도요타는 렉서스 이후 2009년 10월 한국 시장을 처음 두드리면서, 서울 논현동을 포함한 4곳의 종합서비스센터를 함께 오픈했다. 강남 노른자위 땅에 굳이 서비스센터를 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도요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양적확대보다는 고객감동주의가 장기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때문이었다. 도요타의 '우매해' 보이기까지한 서비스의 정도(正道)를 다른 수입차 업체들도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 국회 지적이후 국내 판매선인 KT와 협의해 AS를 획기적으로 바꾼 애플이 주는 교훈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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