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②李 장관 `분리론` vs 李 사장 `통합론`

박지환 기자I 2009.01.20 10:57:09

이석채 사장, 장관 시절 KTF 분리 주장..지금은 합병 진두지휘
10여년 사이 KT 경영환경 악화..`시너지 창출` 합병 주 논리
내부 동요 방지·수익성 개선 등 과제

[이데일리 박지환기자] 이석채 KT(030200) 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 전신인 정통부 장관시절, 이석채 장관은 PCS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KT가 무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분리 논리로 지난 97년 이동통신 자회사인 KTF(032390)는 별도 법인으로 설립돼 사업을 시작했다.
 
10여년 후 이석채 장관은 이제 KT와 KTF가 하나의 회사로 통합되는 `합병`을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이석채 장관이 이석채 사장으로 바뀐 세월동안 KT와 KTF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무엇이 달라졌기에 과거 `분리`를 요구했던 이석채 사장이 통합을 추진하는 선두에 섰을까.
 
◇위기의 KT그룹

가장 큰 이유는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등 유선부문의 성장 및 수익성 한계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느냐`이다.

KT가 KTF를 합병할 경우 KT 입장에서는 우선 매출 외형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최근 몇 년간 KT 연 매출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도 큰 성장을 기록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유선전화 시장은 매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 감소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KTF의 경우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합병을 할 경우 감소하는 유선부문의 매출을 무선부문의 매출 증가로 만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T 최근 경영실적(단위: 백만원)



 
 
 기존 주력사업 정체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육성중인 IPTV(인터넷방송)와 와이브로 등의 성장성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IPTV와 와이브로 등은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케이블TV와 이동통신과 경쟁을 거쳐 살아남아야만 한다.

KTF 입장에서도 성장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TF는 무선시장의 포화와 SK텔레콤의 강력한 시장 수성 의지 때문에 가입자 유치 한계에 직면했다.

KTF는 이런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화상통화를 골자로 하는 3G통신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를 통해 가입자당 매출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이통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KT그룹의 결정..합병만이 살길이다

KT와 KTF 내부에서는 현재 직면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합병을 꼽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KTF와 합병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전략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자금을 ‘몰아주기’하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동안은 KTF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과 마케팅 전쟁이 벌이고 있을 때 KT는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 LG데이콤과 시장점유율 1위 고수를 위해 힘겨운 사투를 벌였다. 결국 KT는 자회사의 어려움에 신경을 쓸 여력이 많지 않았다. 전쟁으로 치면 한 나라가 여러나라와 여러 곳에서 전쟁을 치렀던 셈이다.

하지만 KT가 KTF를 합병하게 되면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결정,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곳에 자금을 '올인'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순위를 판단해 가장 중요한 전투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승리한 뒤, 차츰 중요도가 떨어지는 곳으로 전선을 옮겨가며 승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IPTV와 와이브로 등 차세대 신규 사업도 비슷한 전략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합병을 통해 자금이라는 에너지를 비축, 결정적인 상황일 때 경쟁사보다 훨씬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같은 ‘올인’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면 어느 경쟁사업자도 KT에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학습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학습효과가 제대로 먹힐 경우 경쟁이 최소화되고, KT는 생존을 위한 비용을 축소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합병 시너지는 `합병을 통해 수익을 악화시키는 고정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합병이 이뤄지면 KT와 KTF간 중복되는 유통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KT와 KTF가 최근 합병을 감안해 유통망 일원화 등의 작업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중복되는 유통망이 적지 않다. 합병이 되면 동일 지역에 중복된 유통망을 정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중복되는 경영조직 정비를 통해 인력감축도 가능하다. 그러나 강성으로 알려진 KT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해고 등 강압적이고 단시간에 시행되는 구조조정에 착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축적된 비용은 모두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개발하고 육성하는데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우리투자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KT-KTF 합병이 주식소각, 비용절감, 매출 증대 등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합병과정에서 KT주식이 합병법인의 최소 20% 가량이 소각되고, 네트워크 및 유통망 효율화, 마케팅비용 감소 등으로 합병 이후 3년간 6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또 효과적인 결합서비스로 인한 가입자 유지(Lock-in) 강화, 신규가입자 유치, 와이브로와 3G 접목에 의한 무선인터넷 성장성 등으로 합병 이후 3년간 1조원 이상의 매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합병논리가 성공하려면..

합병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오는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매출 차이를 고려한다 해도, KT는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 LG파워콤에 비해 많게는 10배 이상 조직이 방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부에서는 이를 우려하고 있다.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될 경우 자칫 내부의 동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부의 동요가 거세질 경우 KTF와의 합병 반대 움직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선행돼야 하고,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에도 충분한 공감대와 보상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오는 이유다. 

합병의 당위성을 정부와 고객에게 어떻게 설득시키는가도 과제다. 통신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합병 인가 권한을 방통위가 가지고 있는 만큼 합병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대의명분’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KT와 KTF의 합병이 매출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사의 서비스가 `통신`에서는 공통되지만, 유선과 무선이라는 이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의 기업이 여러가지 이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탈집중화의 경우, 매출 성장은 가능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로 인해 피인수 합병기업을 다시 매각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 수익성 저하는 주주가치 훼손과도 직결돼 향후 주총에서 이같은 우려를 잠재우는 것도 주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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