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

양미영 기자I 2002.11.28 10:40:26
[edaily 양미영기자] ◇미국경기 내년 하반기 바닥 칠것

"미국경제는 내년 하반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시장의 선취매 추세를 감안하면 시장이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성될 것이다."

김창록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28일 edaily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은행이나 민간기업들이 외국IB(Investment Bank)들을 리드매니저로 해 DR이나 채권을 발행할 때 시장상황을 모르면 프라이싱 과정에서 휘둘리는 경향이 있다"며 "국제금융센터는 이를 막을 수 있는 채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세계 경제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내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 고급정보망을 시장에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밀착감시, 외환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재경부와 한국은행 출연으로 지난 99년 4월 설립됐다. 재경부에서 국제금융 분야를 맡아왔던 김창록 소장이 지난해 4월부터 수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소장과 가진 일문일답이다.

◇일본, 부실채 처리에 달려..중국, 성장 지속

-내년도 국제금융시장을 전망해 본다면.
▲보고서를 통해 이미 밝혔지만 미국 경제는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하반기중 경기가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IB(Investment Bank)들 역시 2분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점쳐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의 소비위축 징후와 산업생산의 증가세가 주춤하는 등 지표들이 악화된 상태이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와 주택시장의 활황세에 힘입어 내년도에는 경기진작이 이뤄질 것으로 센터는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부실채 처리가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GDP가 감소해 단기적으로는 악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반대로 처리가 지지부진할 경우 답보상태에 그칠 수 있다. EU의 경우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둔 회복이 대세다. 독일경제의 회복이 얼마 만큼 활발해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중국 등 동남아시장은 어떤가.
▲중국은 나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은행부실채 문제가 잠재해 있어 고도성장을 지속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WTO 가입이후 연간 2000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를 지탱시키기 위해 성장을 지속시킬 수밖에 없다.

중국의 현 상황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한국과 유사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북한이라는 잠재적인 적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고도성장을 지속시키면서 실업률과 예금이자를 낮췄고 국채발행 등에 재정을 사용했다. 중국도 유사하게 현 체제 유지를 위해 이같은 추세를 지속해야 할 것이다.

◇국내경제, 내년엔 수출에 드라이브

-국내 경기 전망을 해본다면.
▲국제금융센터 장으로서 국내 경기를 예측하지는 않겠다. 원론적으로는 지난해 수출이 위축되면서 정부는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했고 내수 위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올해 내수와 수출이 대등해지면서 내년부터는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계대출이나 카드부실 등의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많다. IB들도 이 부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IB 등 외국 투자자들이 보는 가계대출과 카드부실에 대한 시각은.
▲이들이 분석한 내용들을 보면 분명 문제점이지만 아직까지는 정부의 통제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까지 이뤄진 정부규제가 없었다면 크게 우려했겠지만 현재 상황이 금융시장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게 대세다. 투자를 하는데 위험요인까지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나치게 소비를 위축시킬 경우 GDP가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하고 있다.

◇외국 투자자, "한국 증시 저평가" 공감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는 한국경제에 대한 시각은 어떤가.
▲한국만큼 펀더멘탈이 좋고 주식이 저평가된 시장도 없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외부적인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세계경제 상황이 상당히 불안해 본국에 돈이 머물고 있다고 보면 된다. MMF나 예금 등 단기성 자금에 몰려 있어 경제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자금이 유입될 것이다.

한국 금융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큰 화두도 은행 민영화다. 그러나 시장원리로 가야 하고 외부의 개입은 없어야 한다는 게 그들이 제시하는 원칙이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지는 한국에 대한 불만은 없나.
▲올 한해동안 수차례 외국의 펀드매니저들을 만났다. 직접 투자에 관여하는 만큼 그들의 비판 수준은 세심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가진 불만에 대해 종합보고서를 작성에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례로 외국의 한 펀드매니저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엉망이라고 질타했다. 한 맥주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올해 캐쉬가 풍부해 주가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봤다고 한다. 적어도 핵심사업에 투자해 이익을 올리거나 배당을 통해 이익을 환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그 기업은 남는 현금으로 골프장을 샀다. 대주주의 지분정리 수단이었다고 한다. 펀드매니저는 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 현금을 소요하면서 주가가 떨어져 큰 손해를 봤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내년 고급정보망 구축 마무리..정보력 강화

-국제금융센터가 올 한해 이룬 성과는.
▲올해 국가신용등급이 많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국제금융센터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작업을 할 때 물밑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 정부가 못하는 이야기나 민감한 사안에서는 질타도 하고 시장쪽의 의사를 자료로 만들어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최근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 향상을 위해 S&P를 초청한 워크숍도 큰 호응을 얻었고 S&P측도 만족을 표명했다. 내년 1월중에 신용평가사 피치를 초청해 같은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헤지펀드총회에 참석하면서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를 방문해 직접 의견을 주고받을 계획이다. 이밖에 센터 자체적으로 동아시아 시장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개발해 지난 10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용역수출하는 성과도 얻었다.

-내년도 센터가 역점을 둘 부분은.
▲국제금융센터 만큼 국제시장에 대한 정보력이 집중된 곳도 없다고 본다. 정보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세계 유수의 IB들과 국제금융시장의 FX, 채권 등 분야별 전문가, 펀드매니저 등 시장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현재까지 홍콩 싱가폴 런런 동경 미국의 월스트리트 등에 파이낸셜 센터가 구축됐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타임랙이 있어 가치가 떨어진다. 직접 분야별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슈가 나올 때마다 시장에 전달할 수 있는 고급정보망 구축을 내년에 마무리하겠다. 현재 50개 기관의 70명이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를 내년에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현재 운용중인 동남아시장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을 경제환경에 적합하게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고 거시적 변수들에 대한 정보를 격달에 한번 제공중인데 이를 매달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경할 방침이다.

"국제발행시장 채널 역할 할것"

-은행이나 민간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개 자원조달이나 민영화를 위해 채권과 DR 등을 발행하는 경우 리드매니저는 IB 등 외국기관들이 맡게 되고 프라이싱 과정에서 시장상황을 모르면 결국 IB들한테 휘둘릴 수 있다.

발행자들은 두가지 채널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IB들로부터 시장상황을 전달받는 동시에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분석자료도 필요하다. IB는 결정적인 순간에 외국투자자들 위주로 갈 수밖에 없고 발행자는 자칫 소외당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이를 사전에 막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KT나 담배인삼공사 등의 DR발행을 추진할 때 모니터링을 해줬고 예보가 오페라본드를 발행할 때도 발행코스트를 줄여줬다.

-세계시장이 불확실하면서 정부의 민영화계획에 따른 DR발행 등도 차질을 빚었는데 내년 상반기 계획된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보나.
▲내년 주식시장이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비춰 볼때 선취매가 일반적인 추세인 주식시장을 감안하면 상반기 시장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창록 소장 약력
-서울대 상과대학 졸업
-제13회 행시합격
-국세심판소 조사관 (서기관)
-IBRD 금융정책국 Senior Economist
-재무부 관세국 국제관세과장
- 〃 보험국 생명보험과장
- 〃 〃 국제투자과장
- 〃 〃 국제금융과장
-재무부 국제금융국 외환정책과장
-재경원 금융정책실 국제금융과장
-OECD 대표부 재경관 (국장)
-재경부 경제협력국장
-재경부 외환관리정보개발지원단장
-재경부 관리관 (1급)
-국제금융센터 소장(現)
-수상경력 : 대통령 표창(1984), 홍조근정훈장(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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