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진료·수술 책임은 의사 몫…AI가 대신 못 해"[신의열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안치영 기자I 2026.06.03 06:20:02

선병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인터뷰
불확실성 속 책임 따른 선택이 의료 본질
의료소송 증가 따른 방어 진료 우려
AI 활용 도움되지만 임상 판단 한계 뚜렷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료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최선의 진료가 아닙니다.”

선병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의료의 본질을 ‘책임 있는 의사결정’이라고 정의했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의료 현장에 도입하고 있지만 치료 방향을 정해야 하는 순간에는 결국 누군가 책임을 져야해서다.

심장 판막질환과 심초음파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선 교수는 심장내과 의사의 역할을 단순한 진단이 아닌 ‘의사결정’에 있다고 본다. 판막질환은 환자의 나이와 기저질환, 수술 위험도, 향후 예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시기와 방법을 정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선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자체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선택”이라며 “질환의 상태와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이득, 감수해야 할 위험을 모두 고려해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병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최후의 순간까지 환자에게 이로운 결정 고민”

이런 고민은 진료실에서 매일 반복된다. 판막질환 환자 상당수는 고령이다보니 수술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선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몇 번 없을 중요한 선택이고 의사에게도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며 “수술이 환자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나은지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치료 방침을 정해야 할 때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내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아닌가”, “반대로 부담 때문에 필요한 조치를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계속 점검한다.

급성 감염으로 심장 판막이 손상된 환자처럼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선 교수는 “어떤 환자는 판단할 시간이 매우 짧다”며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면서도 왜 치료가 필요한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당시 주어진 정보 속에서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책임 있는 판단’을 꼽았다. 검사 결과와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더라도 모든 환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공의 시절 경험은 지금도 그의 진료 철학에 영향을 주고 있다. 당시 지도교수는 수술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던 환자를 두고 단순히 수치만 보지 않았다. 검사 결과만으로는 수술이 불가능해 보였지만 임상 경과와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수술을 선택했고, 환자는 회복해 퇴원했다.

선 교수는 “검사 수치만 보면 누구나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스승은 ‘이 판단은 내가 한다’며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훌륭한 의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택을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선병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사진=서울아산병원)
“AI 도입 긍정적이지만 역할에는 한계 있어”

선 교수는 최근 의료소송 증가와 설명 의무 강화가 의료현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환경이 방어 진료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출혈 위험이 있어서, 다른 합병증 위험이 있어서 못한다는 이유만 댄다면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며 “위험을 이유로 필요한 치료까지 포기하는 것은 최선의 진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위험한 상황을 떠안은 사람이지 그 상황을 만든 사람이 아니다”라며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상적인 진료 과정에 대해서는 제도적 참작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역할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선 교수는 “과거에는 여러 자료를 직접 찾아 정리해야 했던 일을 AI가 몇 분 만에 해주는 것은 큰 장점”이라면서도 “AI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정리하는 도구일 뿐, 임상 현장의 불확실성까지 대신 판단해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를 볼 때마다 여전히 어렵고 불확실하다고 느낀다”며 “최종 판단의 책임은 결국 의사에게 남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의 본질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환자에게 가장 나은 길을 찾는 일”이라며 “수술할지, 언제 치료할지 누군가는 판단해야 하며,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