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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과학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을 들여다 보면 2% 정도 아쉬움이 남는다. 연구현장과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너무 급하게 과학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생토론회 이틀 전 토론회 개최 계획을 통지받고 부랴부랴 사전브리핑을 준비했다가 콘텐츠가 부족하다며 3시간 만에 브리핑을 취소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발표자들은 하루 만에 발표 내용을 준비했다는 말도 들린다.
‘연구소 간 벽을 허무는’ 정책만 해도 과기정통부 장관과 출연연 원장들이 지난 14일과 오는 29일 논의하기로 했었지만 이 과정이 축소됐고, 민생토론회에서 관련 내용이 서둘러 발표됐다.
윤 대통령이 과학기술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민생토론회 직후 열린 윤 대통령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축사 도중 한 석사과정 학생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자 경호원이 입을 막고 행사장 밖으로 쫓아내면서 생긴 논란이다. 대통령실은 경호 원칙상 서둘러 대처해야 했다는 입장이나, 유례없는 R&D 예산삭감 속에서 좌절하는 젊은 과학자들을 이렇게까지 대우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우주 국제협력을 위해 일본과 미국을 잇따라 방문하고, 주한인도대사를 만났다. 국가 안보에서도 중요한 우주 기술의 글로벌 협력을 위해 고위 공직자가 뛰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하기관들에게 1주일 내로 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고 전해지면서 그의 진심이 현장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과학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윤석열 대통령. 앞으로의 행보는 상처입은 과학계를 치유하면서 충분한 의견 수렴 속에서 이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