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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가계통신비 개념 바뀌어야…디지털 비용 못담아

김현아 기자I 2023.09.24 16:03:03

2011년 스마트폰 출시이후 단말과 콘텐츠 비용 급증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무선 통신서비스 위주 통계
UN 정보통신 확장 개정안..정부 '20년부터 도입하려 했으나 내년부터 적용
'11~'22년까지 통신비는 20% 줄고 기기 16%증가
착시효과와 정부 물가 안정화 대책에 혼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계청의 가계통신비(‘22년)는 12만8,167원이었으나, 디지털기기와 서비스 활용에 따른 디지털 비용(’22년)은 17만 6973원으로 추정됐다. 출처=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과 교수


통계청 자료에 기반한 가계통신비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은 매월 전국 7,200여 가구를 대상으로 가계소득과 지출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를 하는데, 각 부처들은 이중 ‘통신 지출’을 ‘가계통신비’라고 지칭하며 수십 년 동안 ‘우편서비스·통신장비·통신서비스’ 항목만 발표한다.

하지만, 통신에만 집중하다보니 OTT나 게임 같은 유료 콘텐츠 플랫폼 비용이나 게임기 같은 디지털 기기 비용은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정보처리 장비나 재생기기를 이용해 콘텐츠(전자서적·온라인 게임·소프트웨어 등)를 구매하는 비용이 상당한데 이는 빠져 있는 것이다.

UN도 통신을 정보통신으로 확장하는 개정안 내놔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과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통계청 가계통신비 개념을 통신위주에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게 디지털 비용을 포함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문제 의식은 국내뿐 아니다. 2018년 UN도 통신을 디지털기기와 서비스까지 포함하는 ‘정보통신’으로 확장하는 통계 개정안을 내놨고, 우리 정부도 2019년 개정안(COICOP-K 2019)을 고시하면서 2020년 1월 시행으로 발표했으나 시행이 연기되다가 내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착시효과와 정부의 물가 안정화 대책에도 혼란

국가 통계의 기준이 중요한 것은 자칫 ‘착시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현재 기준대로라면 2022년 가계통신비는 12만8167원(이동통신+인터넷 9만8,228원과 휴대폰 등 통신장비 2만9,939원)이지만, 정보통신으로 확장하면 정보처리장비와 콘텐츠 플랫폼 등이 포함돼 17만6973원이 된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넷플릭스 같은 OTT 앱 설치자가 크게 늘어 올해 5월 기준으로 3천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이 비용이 가계통신비에 잡히지 않으니, 국민이 체감하는 우리 가족 디지털 지출과 괴리가 크다.

통신 비중 줄고, 단말 및 콘텐츠 비용 증가

각 부처가 현재 기준으로 통계청 자료를 활용하면, 정부의 물가 안정화 정책 수립에 혼란을 줄 수 있다. 곽 교수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본격화된 2011년 이후 디지털 비용은 약 16%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통신 이용료(인터넷+이동+유선)는 약 20% 줄었다. 같은 기간 콘텐츠 이용료는 약 8배 증가했다.

가계에 부담을 주는 항목이 비싼 스마트폰 가격이나 복수 유료 콘텐츠 앱 구독으로 옮아가는데, 정부 정책은 수십년 간 통신비 인하에만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곽정호 교수는 “2011년 디지털 관련 지출의 80%를 차지하던 통신서비스 지출 비중은 2022년에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디지털 기기와 콘텐츠·방송 등 새로운 디지털 영역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가계통신비를 가계디지털비로 전환해서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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