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촛불과 만난 故박종철 열사…"30년 전 죽음 헛되지 않게"

김보영 기자I 2017.01.14 18:10:02

최강 한파 속 광화문 광장 시민 수천명 추모제 참석
"미완의 6월 항쟁…종철이 죽음 헛되지 않게 끝까지 함께 하자"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고(故)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 전시회가 열렸다. 생전 사진과 당시 집회 모습, 당시 경찰의 사건 축소·은폐를 다룬 신문 보도 등이 전시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가끔 꿈 속에서 종철이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곤 합니다. 다신 헤어지지 말자고, 다신 쓰러지지도 말자고 말입니다.”

올 겨울 최강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언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고(故) 박종철 열사의 친형 종부씨는 “여러분 쓰러지지 맙시다, 우린 반드시 승리합니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떨렸고 발언을 마친 그는 결국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1987년 1월14일, 당시 서울대생 스물 셋 청년 박종철 군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을 거뒀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턱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며 그의 죽음을 쇼크사로 조작·은폐하려 했지만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의 노력으로 진실이 밝혀졌다. 그의 죽음은 6월 항쟁을 촉발한 불씨가 됐다.

◇30년의 세월…촛불과 만난 박종철

꼭 30년이 흘러 박종철 열사와 ‘박근혜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만났다.

이날 오후 3시 40분쯤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6월민주항쟁30년사업추진위원회와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등 시민단체들의 주최로 ‘미완의 혁명, 촛불로 승리하자!-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모와 민주승리 국민대회’가 열렸다. 최강 한파 속에도 자리를 함께 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박종철 열사를 추억하고 촛불 집회의 결실이 맺어지길 염원했다.

이날 행사의 사회를 맡은 김찬휘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대표는 “제 친구 종철이가 30년 전 경찰의 갖은 고문을 받으면서도 입을 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란 꿈과 신념을 지녔기 때문”이라며 “광장에 모인 여러분들도 종철이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종철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끝까지 함께 하자”고 강조했다.

6월 항쟁 당시 거리시위에 나섰다 전경이 쏜 최루탄을 맞고 숨을 거둔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임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추모했다.

배씨는 “(박종철 열사 죽음 이후)얼마 지나지 않아 정권의 압력에 한열이도 세상을 떠났다. 어떻게 다른 사람 자식도 아닌 내 자식이 세상을 떠날 수 있나 절망스러웠다. 아마 세월호 유가족분들도 저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운을 뗐다. 배씨는 이어 “더 이상 종철이와 한열이, 단원고 아이들 같은 허무한 죽음이 생기지 말아야 하고 부모들이 눈물 흘려서는 안 된다”며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국회의원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미완의 혁명 되풀이 안 돼…촛불 혁명 완수해야

주최 측은 박종철 열사의 죽음과 미완으로 끝난 6월 항쟁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촛불 혁명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 박종철 열사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6월 항쟁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실상 미완의 혁명”이라며 “당시 시민들이 헌법을 바꾸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것만으로 민주주의가 완수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는 것은 6월 항쟁에 담긴 미완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완전히 퇴진해 실질적인 촛불 혁명이 이뤄지는 그 날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말자”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이날부터 오는 6월까지를 ‘민주항쟁 30년 사업’ 기간으로 선포하고 각종 추모 및 기념 행사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앞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서 ‘민주열사 박종철 30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마련된 박종철 열사의 묘역에도 추모객 200여명이 방문해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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