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 안남은 위안부 할머니들, 위로하고 싶었어요"

김혜미 기자I 2014.03.02 15:42:25

평범한 유학생이 3.1절 맞아 위안부 관련 퍼포먼스 기획
"일회성 아닌 순회공연으로..광복절 기념 공연도 준비"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어둑어둑해진 저녁 6시, 뉴욕 맨해튼 남쪽 볼링그린파크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많지는 않지만 진지한 표정의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중앙의 한 여성을 응시했다. 얼룩으로 곳곳이 더럽혀진 흰 옷을 입은 여성은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죽여 울부짖고 있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3.1절을 맞아 맨해튼에서는 일본군에 강제로 연행됐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거리 퍼포먼스가 열렸다. 위안소로 끌려가 고통받은 한 소녀의 삶을 25분간 표현한
3.1절을 기념해 뉴욕 맨해튼에서 위안부 관련 퍼포먼스를 기획한 유학생 황승현씨(사진 : 김혜미 특파원)
이 공연은 그림과 무용, 구음, 플루트가 더해지며 애절함을 더했다.

이날 공연은 평범한 한인 유학생인 황승현(30)씨가 기획했다. 황씨는 4년 전 뉴욕으로 유학온 뒤 뮤지컬 스쿨과 뉴욕시립대학 브루클린 컬리지를 다니며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위안부나 독도, 동해표기 등의 문제에 원래 관심이 있긴 했지만 ‘누군가 나서겠지’하는 막연한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분 남지 않은 할머님들을 생각하니 일본의 만행을 적극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작년 9월부터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황씨는 기획부터 공연 줄거리, 연출은 물론 의상과 연습실 대관까지 모든 일을 도맡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기획한 ‘빼앗긴 세월’이란 제목의 이번 작품은 그가 대중을 상대로 미국에서 기획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에는 배우와 스태프를 포함해 총 14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실제 배우는 물론 평범한 회사원도 동참했다. 이들은 완벽한 공연을 위해 일주일에 닷새를 저녁마모여 연습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역시 비용이었다. 그는 관심있어 할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도와줄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이에 아쉬움을 느꼈다는 그는 “하지만 공연 목적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1일 맨해튼 볼링그린파크에서 열린 ‘빼앗긴 세월’ 공연의 한 장면.(사진 : 곽성경)
3.1절에 첫 공연이 시작됐고, 이날의 공연 영상을 유튜브에 등록하고 이를 직접 보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미국 어디든 조건없이 달려갈 계획이다.

또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기념하는 다른 퍼포먼스도 준비하고 있다. 황씨는 “기회가 된다면 동해와 독도문제를 다룬 공연도 선보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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