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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OEM 확대, 한국전자업계 최대위험 요인

류성 기자I 2013.07.07 15:25:57

OEM으로 일본 극복한 한국, 중국에 똑같이 당할수 있다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국내 전자업계에 중국업체를 통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중국업체들의 제조 기술력이 국내 업체들의 턱밑까지 근접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에는 중국업체들의 낮은 기술력 때문에 주요 국내 전자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자체 공장을 두고 제품을 생산해 들여오는 방식을 선호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전자업체들의 제조 기술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OEM방식을 통해 중국업체들에게 위탁생산을 하더라도 한국산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이 무섭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중저가, 저부가가치 전자 제품 분야에서는 현재 실질적으로 국내전자 업체들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생존 대안은 이들 중국업체들에게 OEM 방식의 위탁을 맡기는 방법 뿐이다. 그렇지 않고 자체 생산을 할 경우 손익을 맞출 수 없어 사업성이 사라진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가 생산한 것과 한국업체 생산품과 품질은 비슷하고 제조원가는 한국산이 20~50% 가량 높은 상황”이라며 “중국산과 맞대응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OEM 방식을 활용하는 업체는 대개 초창기에는 고부가 기술 및 제품은 자체 생산하고, 저부가 제품 중심으로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전략을 편다. 국내 전자업체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 전자업체들이 중국업체들에 OEM 위탁 생산을 맡기고 있는 것은 전자레인지, 청소기, 제습기, 소형 에어컨 등 비교적 낮은 수준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전자 제품 중심이다. 하지만 TV, 대형 냉장고 심지어 스마트폰 등 고난도 제조기술을 필요로 하는 전자제품으로 확대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자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OEM 주문을 받은 하청업체의 기술력이 올라가 결국에는 OEM을 맡긴 원청업체와 맘먹는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바로 1980년대~1990년대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등 한국 전자업체들과 이들에게 OEM 일감을 줬던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전자업체들과의 관계가 그랬다. 일본 업체들은 초기 저부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단순 중저가 전자제품 위주로 한국업체들에게 OEM 위탁생산을 맡기며 고부가가치 기술이 한국 업체들에게 이전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는 전략을 폈다. 하지만 결국 한국업체들은 고부가가치 기술 습득에 성공하면서 일본업체들을 누르고 세계 전자업계를 주름잡을 수 있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OEM 방식은 하청업체가 언젠가는 원청업체를 제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 제휴전략”이라며 “한국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늦기전에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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