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티이앤이(065160) 필리핀 나노섬유 생산공장 정문을 지키고 있는 현지 경비 직원은 단 한명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몸 수색까지 끝내고 난 뒤 방문증을 나눠줬다.
엄격한 출입 통제시스템을 통과하고 만난 에프티앤이 직원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지난 10년동안 나노섬유 개발과 양산을 위해 노력한 끝에 매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필리핀 생산공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충원 상무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노섬유 양산기술이 필리핀 공장 안에 있다”며 보안이 철저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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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나노섬유는 머리카락 굵기의 8만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섬유다. 방수성과 공기투과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능성 스포츠웨어를 비롯해 군사·의료·우주 항공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게다가 나노급 크기의 먼지도 걸러낼 수 있다 보니 필터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 상무는 “실험실 수준의 나노섬유를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전세계에 널려있다”며 “하지만 폭 2.1m 규모의 나노섬유를 양산할 수 있는 회사는 에프티이앤이 밖에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나노섬유의 가능성은 이미 1900년대 초반 학계에서 입증됐다. 하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산업계에서 외면했고 2000년대 들어서 주목하는 기업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기업이 양산화에 실패했으나 에프티이앤이는 국내 나노 분야의 권위자인 김학용 전북대 교수와 함께 양산화 관련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에프티이앤이가 양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대부분 학계와 기업이 위에서 아래로 고분자 소재를 분사해 코팅하는 방식을 연구한 데 반해 에프티이앤이는 아래에서 위로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용매조절이 용이했고 품질이 균일한 나노섬유를 양산하고 있다.
때문에 생산설비를 보자는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양산 기술의 핵심이 들어있는 블랙박스는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빠른 속도로 나노섬유가 나오는 과정을 본 고객사와 업계 관계자들은 혀를 내두르며 돌아간다고 이 상무는 귀뜸해줬다. 필리핀 생산공장에는 모두 4개 라인이 가동 중이며 2개라인은 24시간 3교대로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생산설비와 별도 공간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고객사에 보낼 완성품이 쌓여 있다.
그는 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에 이미 100여개의 특허 등록이 된 상태”라며 “특허뿐만 아니라 10년 동안 겪은 시행착오에서 찾아낸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나노섬유 양산 능력에 대한 글로벌 업체들의 검증이 끝나면서 관련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나노사업 부문 매출은 103억원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23.4%에 불과했다. 올해는 18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도 38%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92억원, 33억원에 달할 것으로 공시했다.
에프티이앤이는 지난 2008년 미국 폴라텍과 나노섬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에프티이앤이가 생산한 나노섬유는 폴라텍을 통해 노스페이스ㆍ아이더 등 글로벌 아웃도어 의류업체 50여곳에 공급되고 있다.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나노섬유 대량생산을 시도했지만 아직 샘플제조 단계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분명 이곳에서는 광폭의 멤브레인을 대량생산하고 있었다.
GE는 필터에 나노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에프티이앤이를 협력사로 선택했다. 전세계 가스터빈필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GE에너지가 기존 정전기 방식 필터나 유리섬유 필터의 단점을 나노기술이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GE캐피탈은 지난 2010년 10월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에프티이앤이에 1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도 단행했다.
또한 유럽에 본사가 있는 고기능 섬유소재 업체 A사는 사업제휴를 위해 기술진을 파견했다. 이미 샘플 제품을 통해 품질을 검증했던 터라 실사팀은 생산시설과 작업 안정성 등을 확인에 집중했다. 실사 이후에는 구체적인 사업제휴 논의가 오갈 것이라고 이 상무는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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