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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치킨게임 도래하나?

윤종성 기자I 2010.02.23 10:19:15

대형 조선업체 1~2곳 퇴출 가능성도 제기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수주난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과 인력 전환배치 등 초강수를 두고,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의 극심한 수주 부진이 지속될 경우 근시일내 생존을 건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포기하지 않을 경우 출형경쟁을 지속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게임이론)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은 조선사업본부 인력 700여명을 플랜트사업부와 전기자전시스템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등으로 전환배치키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진행 중인 선박 건조가 완료되는대로 4번 도크를 폐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도크 폐쇄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도크 폐쇄 후에는 사내 하청업체들의 '자연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인력 전환배치와 함께 도크가 폐쇄되면 유관업무를 담당하는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의 일감은 바닥난다. 자발적인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사업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현대중공업은 나은 편이다. 국내 최고(最古) 조선소인 한진중공업(097230) 영도조선소는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뒤 노조와 심각한 대립각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엔 울산 블록공장이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안팎으로 흉흉하다.

한진중공업은 그룹 계열사인 한국종합기술과 함께 최근 부사장급을 팀장으로 한 시설현대화 테스크포스(TF팀)도 구축했다.TF팀은 다음달 초 영도조선소의 시설현대화를 위한 1차 보고서를 회사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조선업체들이 시장 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저가 수주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정책 수주(이익은 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 수주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로는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머지 않은 시기에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의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극심한 수주 부진이 이어지면 조선업계에도 생존을 건 치킨게임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면서 "결국 빅4 조선업체 중 한 두곳만이 생존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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