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수연기자] 강정원 KB금융(105560)지주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지주 사장을 전격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전 황영기 회장이 떠나고 대행으로 취임한 직후 지주 임원 물갈이를 실시할 때도 건드리지 않았던 자리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인사가 향후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강정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회장 내정자직 내놓았다고 식물 아니다… `힘 과시`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이 최근 눈엣가시 같았던 김중회 사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비록 회장 내정자직은 사퇴했지만 회장 대행 자격으로 주어진 권한을 아낌없이 행사했다. 국민은행 등 계열사 임원 인사를 앞두고서다. 김 사장과 상의 없이 전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황영기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김중회 사장과 강 대행은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사장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계속 비판했고, 회장 공모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는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렇게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강 행장 및 사외이사들과는 다른 편에 서서 표를 던졌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여전히 KB금융지주 이사회 멤버다. 사장은 임명직이어서 해임할 수 있지만 이사는 그렇지 않다. 해임을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고, 이어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때문에 적어도 주총이 열릴 3월까지는 이사회에서 `강정원이사`와 `김중회이사`간의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대행은 또 회장 내정자직 사퇴 전 원래 준비했던 대로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당장 8일 국민은행 부행장 등 임원급을 시작으로 부점장, 팀장 팀원급 인사가 순차적으로 실시된다. 또 각 계열사 임원급에 대한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측은 "연초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 예정대로 인사 실시, 행장임기에 `의지`
강 회장 대행은 회장 내정자직 사퇴 직후 “앞으로 주어진 기간 동안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해석이 분분했고, 강 대행은 되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정대로 인사가 실시됨에 따라 은행장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에 가까워지고 있다.
은행장 임기는 올 10월 말까지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KB금융지주는 은행 비중이 90%를 넘어 절대적이다. 황영기 전 회장이 지주사를 경영하며 뜻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도 이같은 구조 때문이다.
결국 강 회장 대행은 임기까지 은행장직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근 1년간 KB금융지주 1인자 자리를 놓지 않게 된다.
또 현재 정황상 3월 주총 전까지 재공모 절차가 진행돼 차기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은 낮다. 이는 곧 강 대행 체제가 상당기간, 적어도 한분기 이상 지속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공모가 다시 진행될 경우 재차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이런 상황을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장 내정자직에서 사퇴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달중순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강도높은 종합검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강 행장이 은행장 임기를 채우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 행장과 금융당국간 긴장 수위가 다시 증폭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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