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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40弗 돼도 중동경제 `생생`

김경인 기자I 2006.09.29 11:37:13

고유가로 달러 축적..정부 재정 탄탄
사우디, 30달러로 떨어져도 문제 없어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세계 경제를 패닉 상태에 빠뜨렸던 1,2차 오일쇼크는 중동 산유국들의 주머니를 두둑히 불려줬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경상흑자는 1978년 240억달러에서 1 차 오일쇼크 발생 후 이듬해 770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럼 반대로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세는 중동 산유국 경제에 타격을 주게 될까?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까지 급락해도 중동 국가들의 재정상태는 튼튼할 것`이란 답변을 내 놨다.

지난 7월 배럴당 78.4달러를 쳤던 국제유가가 60달러 초반으로 성큼 내려앉자, 중동 산유국들이 경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27일(현지시간)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며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위기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 풀 꺾인 랠리..오일머니 준다

국제유가는 지난 4년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려, 배럴당 20달러 수준에서 최고 78.4달러까지 급등했다.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인플레 우려로 한바탕 홍역을 앓고 있지만,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은 나날이 불어나는 돈궤에 행복한 비명이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30억달러의 석유 판매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타 중동 산유국들 역시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머니로 대규모 산업,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추세다.

그러나 난방유 수요가 폭증하는 여름 시즌을 지나보낸 유가 시장은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0달러선에 육박하던 유가는 두 달새 60달러로 급락, 15년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최대 소비국인 미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의 긴축 정책으로 인해 원유 소비가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 가격 하락의 이유. 수요가 가장 많은 여름이 끝났고 허리케인 시즌도 무난히 지나가고 있어 수급상황도 안정적이다.

이로 인해 오일머니 급증을 전제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동 정부들은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최근 OPEC의 감산 전망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파티는 계속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가가 심지어 배럴당 40달러선까지 밀린다 해도 중동 정부의 재정상태는 걱정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만 유가의 하락세가 더 지속된다면 정부의 재정지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삼바 파이낸셜 그룹의 브래드 보어랜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시장에 특별한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가격 하락세가 중동 정부의 재정상황에 타격을 입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까지 급락하더라도 사우디 아라비아는 안정적인 재정지출을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 20%씩의 재정지출 증가세를 유지하려면 유가가 매년 배럴당 10달러씩은 상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HSBC의 사이먼 윌리엄스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국가들이 1997년과 1998년의 유가 급등락에 타격을 받은 후 신중한 재정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윌리엄스는 "지난 4년간 유가가 매우 높은 가격 수준에서 유지돼 중동 정부들이 큰 돈을 축적한 상태"라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재정지출 계획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제금융연구원(IIF)는 지난 8월 6개 중동 산유국들의 경상흑자가 올해 23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쿠웨이트 은행의 수석 연구원인 랜다 아자르-코우리는 "유가가 상상 이상으로 급락해야 비로소 중동 국가들의 투자 계획을 변경할 것"이라며 "쿠웨이트의 경우 유가가 40달러까지 밀려도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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