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올해도 취업난과 직장인의 세태를 반영한 갖가지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15일 채용포털 커리어(www.career.co.kr)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및 직장인들 사이에서 올 한해 회자됐던 신조어들은 `공시족`, `신기러기족`, `배터리족, `더피족`, `줌마렐라` 등 10여가지가 넘는다.
특히 극심한 취업난과 불안한 고용시장, 신세대 직장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말들이 많았다. 또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면서 이를 표현한 단어들도 다수 있었다.
◇취업난 반영한 신조어
경기침체로 안정된 직업을 구하려는 욕구가 확산되면서 `공시족`, `금융고시`, `올드보이` 등 관련 신조어가 유행했다.
공시족(公試族)은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공무원시험이 행시, 사시, 외시 처럼 어렵다는 이유에서 생겨났다. `공시낭인`, `공시폐인`도 비슷한 의미다. 노량진 신림동 등 공무원시험학원 밀집지역은 `공시촌(公試村)`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 입사 시험은 `금융고시`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국책금융기관은 고용이 안정적이면서도 급여가 높고 복지혜택이 많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대학 둥지족`, `올드보이` 등은 졸업을 늦춘 채 구직활동을 펴고 있는 대학 5학년생을 일컫는다. 대학원을 도피처로 삼고 있는 일부 학생들을 말하기도 한다.
◇직장세태 반영한 신조어
상시적 구조조정 등 급변하는 고용환경은 `신기러기족`과 `스터디 룸펜` 등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신조어는 대부분 새로운 직업을 준비중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신기러기족은 고용과 노후에 불안을 느낀 직장인들이 안정된 전문직을 얻으려고 뒤늦게 지방에 있는 의대와 약대, 한의대 등으로 진학한 경우를 일컫는다. 입학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한 서울 소재 대학보다는 지방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 대부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한다.
취업에 장기간 실패하거나 취업을 했더라도 적응하지 못한 채 인생역전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30대들은 스터디 룸펜(study lumpen)에 해당된다. 연령제한에 걸려 취업시기를 놓친 후 고시를 준비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셀러던트(셀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는 올들어 대학가를 점령했다. 경영대학원 등 특수대학원은 물론이고 일반대학원의 석·박사 과정까지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정원의 절반 가량이 직장인이다보니 저녁 시간대로 강의를 편성한 대학원도 많았다. 재학생의 80% 이상이 직장인인 사이버대학도 셀러던트의 요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NATO족(No Action Talking Only)`은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영어의 약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말만 그럴듯하게 늘어놓고 실제로 하는 일은 거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사석에서는 퇴사의지를 강하게 밝히면서도 실제로는 사표를 내지 못하는 직장인을 일컫기도 한다.
실직하거나 자발적으로 퇴사한 이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는 30대 중반은 `배터리족`이라고 불린다.
◇신세대 직장인들을 일컫는 신조어
일보다는 개인의 삶과 여가활동, 개성 등을 중시하는 신세대 직장인들이 늘면서 `더피족`, `다운시프트족`, `네스팅족` 같은 신조어들도 유행했다.
소득은 떨어지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선호하는 더피족(Depressed Urban Professional)은 빨리 보다는 느리게, 복잡하게 보다는 단순하게 사는 것이 삶의 모토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소박하게 살겠다는 사람도 더피족에 속한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느리고 여유있는 삶을 중시하는 다운시프트족(Downshift)과 사회적 성공보다 단란한 가정을 중시하는 네스팅족(nesting)도 변화된 직장관을 보여준다.
꿈과 낭만이 있는 일이라면 매력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일하는 `뉴하드워커`(Newhard Worker)와 정보에 기반해서 영리하게 일하는 `스마트워커`(Smart Worker), 지식정보시대를 주도하는 `골드칼라`(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무장한 전문가)도 요즘 신세대 직장인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인력의 활발한 사회진출로 생겨난 신조어
여성 인력의 활발한 사회 진출로 인해 `핑크칼라`와 `줌마렐라`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핑크칼라는 부드럽고 섬세한 감성을 갖춘 여성인력을 뜻한다. 과거 핑크칼라는 생계를 꾸려가기 위해 일터로 뛰어든 소수의 여성을 의미했으나 최근들어 고학력 전문 여성인력이 대거 배출되면서 그 의미가 긍정적으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다.
줌마렐라(Zoomarella)는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로 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적극적인 성향을 지닌 30~40대 기혼 여성들을 말한다. 이들은 경제적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한다.
남편의 실직으로 인해 전통적인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바뀐 `체인지족` 부부들도 등장했다. 남편은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고, 아내는 가정경제를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