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이라크전 이전보다 자금사정 "악화"-상의

김수헌 기자I 2003.06.10 11:00:20

경기침체따른 현금흐름 감소, 차입여건 악화가 주요인

[edaily 김수헌기자] 국내 기업의 절반 정도는 매출감소와 자금조달 여건 악화 등으로 이라크 전쟁 이전보다 자금사정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대출관리 강화에 나서면서 차입여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지역 제조업체 200곳(응답업체 146곳)을 상대로 "기업자금 동향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인 자금시장 동향에 대해 "이라크 전쟁 이전보다 나쁘다"는 응답이 74.0%로 나타났다. "나아졌다"는 응답은 2.0%에 그쳐, 기업들이 현재 자금시장의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의 조기종결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불확실하고, 일시 연장했던 카드채 만기의 도래 등 자금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불안이 주요인인 것같다"고 말했다. 이라크전 이전과 비교한 자사의 자금사정과 관련해서는 "자금운용이 어려워졌다"는 업체가 과반수에 육박하는 46.6%로 나타났다. "변함없다"가 43.2%, "좋아졌다"는 응답은 10.3%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자금사정이 나빠진 이유로 "영업활동의 현금흐름 감소"(53.7%), "차입여건 악화"(20.6%), "자금지출 증가(17.6%)"등을 꼽았다. 상의는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운용을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을 더욱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우려했다. 상의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억제가 기업경영난 심화, 금융기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출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차입여건 악화가 단순히 한도축소(23.5%)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담보(29.4%)를 요구한다는 응답이 많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할 정책목표로 "직접금융 활성화"(32.5%)를 가장 많이 꼽았고, 부채비율 준수의무 등에 따른 "여신규제완화"와 "신용대출 확대"는 각각 22.5%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은 "신용대출 확대"(39.0%)를 가장 먼저 꼽았고, 그 다음으로 "대출금리 인하"(28.0%)를 지적했다. 금융시장이 기업부문으로 자금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는 "신용평가 선진화"(33.3%), "신용도에 따른 차등금리 폭 확대"(26.4%), "신용보증 확대"(20.5%)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용도에 따른 차등금리 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경우 가산금리 상향조정 등 대출이자가 올라가더라도 연리 30% 이상의 고리채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출을 받기 위한 높은 신용보증료율 부담에 대해 현재의 보증료율(0.5~2.0%)을 대위변제율(신용보증기관이 사고발생시 대신 갚아주는 비율) 수준인 5% 정도로 상향조정하더라도 "부담할 용의가 있다"는 업체가 3.4%, "추후 사정에 따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업체는 43.8%로 상당수에 달해 고위험 고비용 부담의 시장원리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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