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고수 중인 가운데 국회와 정치권에서는 다시 유예·폐지론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얻은 연간 소득 중 25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소득세 20%,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가 부과된다. 정부는 투자자의 상당수가 기본공제 범위에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세금을 매길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단순한 찬반이 아니다. 과세를 하려면 무엇보다 공정하고 집행 가능한 제도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 국내 거래소 거래는 비교적 파악하기 쉽지만 해외 거래소와 개인 지갑, 탈중앙화 거래까지 들어가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국제 정보교환 체계만으로는 상당한 온체인 거래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취득가액을 어떻게 확인할지, 국내외 거래 손익을 어떻게 합산할지, 토큰 증권 등 다른 디지털 자산과의 과세 형평성은 어떻게 맞출지도 여전히 논란이다. 더구나 정부는 시행을 불과 석 달 앞둔 시점까지도 2027년 예상 세수와 징세비용을 제대로 추계하지 못했다. 과세의 행정비용과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가늠하지 못한 채 제도부터 시행한다면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국회가 선거와 여론을 의식해 유예만 되풀이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가상자산 과세는 이미 여러 차례 미뤄졌다. 지금도 여당 일부는 유예를 요구하고 야당은 폐지까지 주장한다. 이런 식이면 투자자는 물론 시장도 제도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투자소득에 합리적으로 세금을 매기되, 동일한 소득에는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고 과세 사각지대는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세제를 정합적으로 맞추고 해외거래 추적, 취득가액 산정, 손익통산, 신고·징수 시스템을 먼저 완성해야 한다. 준비가 부족하다면 보완 일정을 명확히 제시해야 하고, 준비가 됐다면 더 이상 정치적 계산으로 흔들어서도 안 된다.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은 ‘빨리 걷는 것’도 ‘계속 미루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납득 가능한 기준을 만들고 사각지대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일이다. 과세 원칙과 제도 준비, 둘 중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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