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법 1·2차 개정도 벅찬 판에 밀어붙이는 자사주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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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5.11.25 05:00:00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상법 3차 개정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는 조만간 개정안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처리가 목표다. 이에 대해 재계는 소각을 의무화할 경우 기업이 적대적인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이미 올해 상법을 두 차례나 개정했다. 재계 반발을 무릅쓰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 이 마당에 3차 개정까지 몰아붙이는 건 무리다. 3차 개정은 1·2차 개정의 효과를 좀더 지켜본 뒤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자사주의 부정적인 측면만 크게 부각됐다.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자사주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2011년 상법을 개정할 때 당국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기업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백기사’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했다. 자사주를 백기사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나면서 우호지분 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효과도 있다. 그런데 소각이 의무가 되면 기업들로선 자사주를 매입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달 중순 대한상의가 자기주식을 10% 넘게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이들은 사업재편 등 경영전략에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고, 경영권 방어가 약화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소각이 의무화되면 자사주 취득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60%를 넘었다.

기업들은 상법 1·2차 개정으로 원투 펀치를 맞았다. 포이즌 필(신주 인수 선택권)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자사주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과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선 끊임없이 기업을 때리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 상법 3차 개정은 민주당 내 코스피5000특위가 주도하고 있다. 행여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코스피 5000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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