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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흥 AB자산운용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채권시장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이일드와 이머징마켓 채권 등 크레딧 채권은 안정적인 캐리 수익을 제공했고, 미국 국채 역시 만기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시장의 관심은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쏠려 있다.
미국 경제는 관세 정책에 따른 변동성에도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관세 인상은 상품 가격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지만, 서비스 물가 중 특히 주거비 하락이 이를 상쇄하며 전체 물가 상승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
고용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안정됐으나, 과거 대비 완충 여력은 줄어 향후 외부 충격에는 더 취약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소비 둔화까지 뚜렷해지면서 경기둔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다만 급격한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내지 리밸런싱 가능성이 큰 국면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의 시각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양분돼 있다. 일부는 성장 둔화를 이유로 조기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관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의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 탓에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늦춰지고 있지만,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언제 다시 시작하느냐’보다 ‘어디까지 내리느냐’다. 일단 인하가 재개되면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고, 최종 금리 역시 3%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성장 둔화 대응이 우선시되는 환경을 감안한다면, 연내 2~3회의 인하가 단행되고 내년에도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완화 사이클이 본격화하면 채권 투자자에게는 장기채보다 2~5년 만기의 중기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단기물 금리는 정책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하락 여지가 크지만, 초장기채는 재정건전성 우려 등 구조적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5년-30년 구간 수익률 곡선은 올해 들어 60bp(1bp=0.01%포인트) 이상 확대했으며, 추가로 더 가팔라질 여지가 남아있다.
크레딧 시장에서는 투자등급과 고수익 채권 모두 매력적이다. 투자등급 채권은 순공급 감소와 지속적인 자금 유입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됐고, 절대 금리 수준도 5% 안팎을 유지 중이다.
특히 BBB 채권의 약 64%가 BB 등급의 고수익 채권과 유사한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수익률 손해 없이도 등급 방어가 가능한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수익 채권 역시 스프레드는 축소됐지만 금리 수준이 과거 평균보다 높다. 다만 경기 둔화 국면에서는 CCC 등급 채권의 변동성과 부도 위험이 확대될 수 있어 BB·B 등급 위주의 선별적 접근이 요구된다.
지난 10년간은 초저금리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채권 투자자에게는 ‘잃어버린 10년’과도 같았다. 이 기간동안 미국 국채는 연 1%, 고수익 채권은 연 5% 수준의 성과를 얻는데 그쳤다. 그러나 현재는 국채 4%, 투자등급 5%, 고수익채권 7%라는 매력적인 금리 구간에 진입했다. 지금 시장에 진입한다면 향후 5년간 캐리 수익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는 단기 뉴스에 과잉 반응하기보다 국채와 크레딧 채권을 균형 있게 담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맞춰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은 다가올 ‘금리 인하의 시대’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지금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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