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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에이앤랩 김동우 변호사] 최근 유명 상표를 우산, 수건 등에 부착해 판촉물로 사용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모 기업의 임원도 이와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고자 우리 법인을 찾았다.
사실관계는 이랬다. 누가 보더라도 자기네 상표인데, 이를 우산에 인쇄한 뒤 영업 판촉물로 사용하는 업체가 우후죽순 나타났다. 해당 업체에 항의 전화를 했으나, 오히려 ‘무상으로 제공된 사은품, 판촉물의 성격을 가져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해당 행위를 중단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상표법은 ‘상표’를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상표법에 따라 이러한 상표를 등록한 경우 상표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만약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자기가 판매하는 제품에 사용할 경우, 행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고 상표법 위반에 따른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 이때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표가 표시된 상품(의 포장)을 양도·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나 수출·수입하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즉, 해당 업체의 행위는 ‘상품에 상표를 표시’했으므로 엄연한 상표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최근 대법원의 판례(2021도2180)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 사건에서 A는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허락 없이 수건에 마킹하는 형태로 주문 제작해 일부는 거래처에 판매하고, 일부는 사은품 내지 판촉용으로 제공했다. B도 수건이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일부를 자신의 거래처에 판촉용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에 상표권자는 A와 B를 상표권 침해로 고소했다. A, B는 무상으로 타인에게 양도한 제품은 판촉물에 불과할 뿐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므로 상표권 침해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원심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A가 거래처에 판매한 수건에 대해서만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고, 무상으로 제공한 수건은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취지로 결정을 뒤집었다. 수건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 ‘상품’에 해당하고, 수건 중 일부가 사은품 또는 판촉물로서 무상으로 제공됐다고 하더라도 무상으로 제공된 부분만을 분리해 상품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즉, 무상으로 제공할 목적이라도 타인의 상표를 임의로 사용할 경우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상으로 지급된 물품이라고 해도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유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있는 독립된 거래대상(물품)인 경우에도 상표가 사용된 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판례도 존재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타인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