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외교부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각)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번 외교장관 회담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양국 장관이 한자리에 모이며 성사됐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지난해 11월 취임했으나 냉랭한 한일관계 등을 배경으로 양 장관과의 전화통화조차 취임 후 3개월 만인 지난 3일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서 양 장관은 조우했지만 회담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어렵사리 만났지만, 분위기는 냉랭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한일 양국이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서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라면서도 “올바른 역사인식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징용·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 한일 관계의 근저에 놓인 갈등에서 일본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한 셈이다.
아울러 정 장관은 “이러한 역사인식은 과거 한일간 대표적 회담·성명·선언에서도 공유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강제징용 및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과 관련 우리 정부 입장을 다시 설명하고, 피해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외교당국간 협의를 가속해나가자”라고 강조했다.
또 정 장관은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천 결정에 대해 강함 유감과 항의의 뜻을 재차 전달하고 2015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등재시 일본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하시마섬) 등 일본 근대산업 역사의 현장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며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도 충실히 국제사회에 알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오히려 강제징용은 없었다는 하시마섬 주민들의 증언 등이 담긴 기록물을 전시관에 배치하며 결국 유네스코으로부터 강함 유감의 뜻을 전달받고 시정을 요구받았다.
정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조속한 시일 내에 철회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본은 2019년 7월 1일 한국을 수출규제 혜택을 받는 화이트국가 그룹에서 배제하고 주요전략수출품목인 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 그리고 스마트폰 등의 화면에 사용되는 불화폴리이미드의 3개 품목을 개별허가로 변경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이같은 수출규제는 2018년 한국 대법원이 내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판결에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라는 것이 외교가의 정설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우리 정부가 수출규제의 이유로 내세웠던 ‘안보상의 이유’를 해소한 이유에도 수출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정 장관은 “우리의 특정산업(반도체)을 겨냥해 취해진 일본의 조치가 현재 한·미·일간의 세계 공급망 안정 강화 협의와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 장관은 또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양국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속한 시일 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교류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며 일본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복했다. 일본 외무성은 “하야시 외무상은 구한반도 출신 노동자(강제징용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 문제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내 움직임으로 한일 관계는 계속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며 “양국간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한국측이 책임을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도광산에 대해서도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측의 독자적인 주장”이라고 일괄한 뒤,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일본)으로서는 사도광산의 문화유산으로서의 훌륭한 가치가 유네스코에 의해 평가되도록 냉정하고 정중한 논의를 실시해 나갈 생각이며 한국측과도 성실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양 장관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대북 대화의 필요성과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 장관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외교당국간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