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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막을 형성해 이물질 등을 제거하는 활성탄 여과지의 세척 기간이 길기 때문에 유충을 제때 제거하지 못했고, 여과지에서 발생한 유충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활성탄지라고 하는 것이 일종의 산업용 숯이다. 그래서 옛날에 장 담글 때 나쁜 냄새 등을 잡으려고 그걸 띄웠는데 수돗물 공급하기 전에 조류로 인한 냄새나 맛 또는 유기물질, 발암성 물질 이런 걸 다 잡으려고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속에서 소독제 성분들이 다 없어져 버려서 미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거기에 어떻게 하다 날벌레들이 알을 낳았는지 그게 부화해서 번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수장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에 대해 최 교수는 “다른 정수장에서도 활성탄 여과지가 있는 곳에서는 유사한 환경에 있으니 가능성은 있다”라며 “만약 활성탄 여과지가 없고 일반적인 모래 여과지라 하더라도 만약 모래 여과지를 염소가 들어가 있는 물로 씻어내고 소독하지 않으면 가능성은 있다. 굉장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정수장에서 아무 문제 없는데 가정에서 발견된다는 가능성이 있지 않나. 낡은 건물 지하 저수조나 옥상 수조 같은 곳에서 관리상황이 깨끗하지 않으면 거기에 들어가서도 벌레가 알을 낳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정수장하고 발견된 건물하고 같이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촌정수장 건은 공촌정수장 수계, 공촌정수장으로부터 물이 공급되는 모든 지역을 다 번져갈 수 있을 것 같고 그 외에 단독적으로 떨어져서 한두 건씩 개별적으로 발견되는 것들은 다시 한 번 건물도 조사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활성탄 여과지를 계속 써왔는데 지금껏 이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은 데 대해 최 교수는 활성탄 여과지 관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활성탄 여과지는 우리나라에서도 40개 넘는 정수장에서 쓰고 있다. 활성탄 여과지 속에는 같은 환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그래서 여름철에는 역세척을 해서 활성 여과지를 계속 씻어줘야 한다. 소위 이물질이 쌓이고 뭐가 생길 것 같으면서 역세척해서 물을 막 거꾸로 세게 올려서 활성탄을 다 씻어줘야 하는데 그게 자주 해주지 않으면 그 속에서 미생물이 번식하다가 누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끝으로 “직접적 문제는 정수장에서 나온 거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조사를 하고 또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일단 지금은 시민들이 불편하니까 빨리 대처를 해야 하는데 그 외에 구조적 문제는 그냥 짚고 그걸 계승하는 방향을 찾아야지 단순히 ‘수도 사고였다’라고 지나가 버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지난 9일 첫 유충 신고가 접수된 이후 15일까지 총 194건의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시는 194건의 민원 중 120건에 대해 현장 확인을 마쳤으며 나머지 74건은 확인 중이다. 현장 확인 120건 중 75%인 90건에서 깔따구 유충이 확인됐다. 지난 16일엔 인천이 아닌 경기도 시흥시, 화성시 등에서도 유충이 나왔다는 신고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