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삼성전자의 차세대 스마트폰인 ‘갤럭시S4’ 공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오히려 부품주 매도를 서두르고 있다. 갤럭시S4 기대감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아이폰5’ 출시와 함께 주가가 내려간 애플을 지켜본 학습효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관 투자가가 지난달 6일부터 24거래일 동안 파트론(091700) 주식 317만주를 처분했다. 발행 주식 수 3875만주 가운데 8%가 넘는 규모다. 기관의 매도 공세에도 주가는 오히려 17% 넘게 올랐다.
기관이 쏟아낸 매물을 외국인이 모두 소화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 지분율은 24.09%에서 31.87%로 높아졌다. 파트론은 삼성전자에 안테나와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업체로 여의도 증권가에서 갤럭시S4 출시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파트론은 갤럭시S4 수혜주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면서 “당분간 카메라 모듈과 메인 안테나 부문의 신규 업체 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S4 판매가 시작되면 파트론의 매출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기관 투자가들이 매도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진 탓이다. 지난해 초 수정주가 기준으로 1만원 선에 거래되던 파트론은 현재 2만 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관들이 지난해 상반기 파트론 주식을 집중 매수한 만큼 1년여 만에 수익률이 100%에 달한 셈이다.
기관은 이달 들어 자화전자(033240)와 알에프텍(061040), 인탑스(049070), 옵트론텍(082210) 등에 대해서도 비중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갤럭시S4와 같은 신제품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면서 “다만 IT 부품주의 실적 개선 기대는 갤럭시 S4 출시를 전후해서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근해 우리투자증권 스몰캡 팀장도 “갤럭시S4 출시를 앞두고 지난주 관련주의 상승세가 둔화했다”며 “숨은 관련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기관들이 비중 조절에 나서고 있는 이유가 ‘아이폰5 트라우마’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이폰5 출시 이후 판매량이 기대치를 밑돌면서 애플의 주가는 고점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부품주 주가가 크게 오른 건 갤럭시S4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며 “다만 기대치를 충족할 정도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