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거부 확산..`복지정책 수난`

정유진 기자I 2012.06.13 10:41:17

의사협 포괄수가제·만성질환관리제·의료분쟁조정법 반대
제약사 약가인하 소송서도 연패..어린이집 원장들도 시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3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지난 9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는 의사 1000여명이 모였다. 대한안과의사회가 주최하고 대한의사협회가 후원하는 ‘포괄수가 강제적용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궐기대회가 열린 의사협회 건물 내 동아홀의 자리가 모자라 회원 100여명은 의협회관 주차장에서 궐기대회를 영상으로 시청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참여 인사 중 일부는 ‘국민건강 실험 전에 공무원이 먼저 해라’라는 자극적인 피켓까지 들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안과의사들은 다음달 1일부터 1주일간 백내장 수술 거부를 결정했다. 
 
수술 거부 움직임은 다른 진료과로도 번져가는 모양세다. 12일에는 노환규 의협회장과 외과·안과·산부인과·이비인후과 등 4개과 개원의사회 회장들이 포괄수가제가 전면 시행되는 다음달 1일부터 대상이 되는 7개 질환에 대한 수술 거부를 결의했다고 송형곤 의협 대변인이 밝혔다. 의사들은 ‘국민들의 동의하에’라는 가정을 붙였지만 또 한번 파업을 언급해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부에서는 의료대란 사태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보건복지부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추진하는 정책마다 의사, 약사, 어린이집 원장 등이 격렬하게 반대를 하며 정책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미 복지부 앞은 1인 시위 등 정책에 반대하는 각종 집회가 이어지면서 국회 앞을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 복지부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이슈는 ‘포괄수가제’다. 의사들은 다음달부터 7개 질환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포괄수가제 당연 시행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복지부의 경고에도 포괄수가제를 강행할 경우 파업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 지난 9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포괄수가 강제적용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 에서 의사 1000여명이 모여 "포괄수가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사들이 복지부 정책에 딴죽을 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만성질환관리제도, 의료분쟁중재조정원 시행 등 정부가 새로운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게다가 복지부는 최근 제약사와의 법적 공방에서도 패소해 체면을 구겼다. 약가인하처분에 반발한 한미약품, 일동제약, 등 제약사 6곳이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8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0년 철원보건소에 처방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이 적발돼 해당 제품의 보험약가를 최대 20% 인하하는 처분을 받았다.

보육정책에서도 가시밭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민간 어린이집 원장 1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가 보육교사 처우 개선, 과도한 규제 완화 등을 내세우며 파업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처럼 각종 정책이 많지만 유독 복지부 정책에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것은 복지부 정책과 관련된 이익단체들이 강력한 로비단체라는 점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복지부 관계자는 “잃을 게 많은 집단들인 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욱 안간힘을 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복지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들 단체와의 소통에서 문제를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 없이 일단 정치권의 입김 등으로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의 일 처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 영역을 비롯한 복지부 정책 중 공공성이 강한 부문에 대해 공공이 관리하는 방식 등이 제기되고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연합회 사회정책팀장은 “국민의 건강권을 볼모로 포괄수가제 시행 시 의료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90%가 넘는 민간 중심의 의료공급체계에 따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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