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05일 10시 58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5일 정부가 10개월 만에 첫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명칭을 바꾼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이에 적극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 운영계획`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 "글로벌 재정위기로 인한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실물경제로의 전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는 외환시장이 요동쳤던 전날(4일) 국내 금융시장의 오해와 진실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고 적극 해명하던 태도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 외화조달 여건 악화..`인식의 차이`
재정부는 리보(Libor) 가산금리, 외국환평형채권 가산금리, CDS프리미엄 등의 지표를 제시하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국내기관 외화조달 여건이 다소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은행간 단기 자금거래에 적용되는 리보 가산금리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8월 5일) 이전인 7월말 대비 9월 한때 32bp 상승했고, 중장기 금리인 외평채 가산금리도 102bp 올랐다. 국가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은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짙어지면서 4일(오후 3시) 224bp로 2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다른 스탠스였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한 때 1200원으로 치솟자 부랴부랴 긴급 브리핑을 개최해 우리 경제의 대외 지표가 양호하다며 시장을 달랬다.
신제윤 재정부 제1차관은 "CDS프리미엄 급등은 국제금융시장의 공통된 현상으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수출입은행이 9월 9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10억달러 채권발행에 성공해 외화조달에도 별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 실물경제 전이 우려..그래도 경기회복 유지
실물경제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재정부는 "제조업, 수출을 중심으로 일부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광공업 생산은 7월 0.3% 감소한데 이어 8월에도 1.9% 줄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규모도 7월 48억9000만달러에서 8월 4억8000만달러, 9월 14억4000만달러로 축소되고 있다.
재정부가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개최하면서 첫 번째 안건으로 `수출동향`을 점검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면 우리나라 수출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며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수출입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규제개혁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부는 "고용 등 실물경제는 경기회복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나마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비 7월 33만5000명, 8월 49만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 차관은 "하방위험이 상당하지만 서비스 부문 등 내수가 성장하고 있다"며 "좋은 신호"라고 밝혔다.